◎내전촉발주역이 「사탕작전」나서/경제제재 해제노려 서방과 흥정보스니아내전을 사실상 촉발시킨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세르비아공화국대통령의 평화공세가 서방을 현혹시키고 있다. 92년4월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를 지원해 내전을 촉발시킨 밀로세비치가 보스니아사태 종식을 위한 미국과의 정치흥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발칸반도의 도살자」로 알려진 밀로세비치의 요구사항은 간단하다. 세르비아공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를 풀어줄 경우, 발칸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세르비아계를 평화협상에 끌어내 39개월째 계속중인 보스니아 유혈사태를 늦어도 6개월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유엔의 안전지대인 스레브레니차의 함락으로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는 서방측으로서는 이같은 제의가 달콤하지 않을 수 없다. 서방측은 세르비아공과 세르비아계가 지난해 8월 공식관계단절로 외견상 매끄러운 관계는 아니지만 여전히 밀로세비치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미중앙정보부에 의하면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는 아직도 암암리에 세르비아공으로부터 탄약과 무기 및 재정지원을 받고있다. 특히 밀로세비치는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보다는 총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와 긴밀한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밀로세비치가 세르비아계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할 경우, 세르비아계가 협상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서방측의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전까지 「대세르비아민족국가」건설을 부르짖던 밀로세비치를 신뢰할 수 있는냐는 점이다. 일각에선 최근 밀로세비치의 중재제안이 보스니아사태의 해결보다는 일단 서방측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는데 1차 목적이 있다고 보고있다. 서방의 제재이후 1천만 세르비아공 국민의 5분의 1이 절대빈곤에 빠진데다 약품과 식량마저 공급이 여의치 않자 밀로세비치가 보스니아사태를 미끼로 서방측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서방측에의해 보스니아 전범으로 낙인찍혔던 밀로세비치의 평화제안은 어느정도 먹혀들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주 유엔이 대세르비아공 경제제재 중단조치를 75일간 추가연장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빌 클린턴 미행정부는 지난달초 로버트 프레저국무부 부차관보를 베오그라드에 보내 밀로세비치와 담판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밀로세비치는 세르비아공이 보스니아 회교정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미측의 요구를 거절, 1차 협상은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하지만 보스니아내 안전지대가 세르비아계의 공세로 위협받는 시점에서 미국은 조만간 밀로세비치와 2차 협상을 시도할 계획이다.
결국 서방측은 극우 세르비아계 민족지도자인 밀로세비치의 중재를 통한 사태해결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무력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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