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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살려달라” 잠깨기 일쑤/119구조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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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살려달라” 잠깨기 일쑤/119구조대의 하루

입력
1995.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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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철야작업… 현장끼니는 김밥·컵라면/교대후엔 몸 파김치… 가족들 볼틈도 없어/실종자 시신으로 발굴땐 왠지 죄지은 심정『사람의 발이 보인다. 중장비의 가동을 중단하라』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존자구조와 시신발굴작업을 하고 있는 2백여명의 119 구조대원들은 생존자들과 실종자가족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재붕괴의 위험과 보름째 계속되는 작업에 몸은 피로에 찌들었지만 아직도 콘크리트더미속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생존자들을 생각하면 손길은 절로 바빠지고 머리카락 하나라도 지나칠까 눈초리는 날카로워진다.

13일 상오9시. 구조대원들의 근무교대시간이다. 24시간을 꼬박 폐허더미에서 「제3의 기적」을 찾아 헤매던 구조대원 10명이 철수하고 교대조가 투입됐다. 근무를 마친 구조대원들은 사법연수원에 마련된 샤워장에서 간단히 몸을 씻고 귀가하니 낮 12시.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볼 틈도 없이 파김치가 된 몸은 그대로 곯아떨어지지만 꿈속에서도 『살려달라』고 외치는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잠을 깨곤 한다. 이은영양이 구조 2시간만에 숨진 것이 마치 구조대원의 잘못때문인 것같아 항상 마음이 무겁다.

현장에서는 앞조와 교대한 구조대원들은 작업을 계속했다. 사람이 생존할 가능성이 있을 법한 공간에 굴을 파고 직접 들어가 일일이 생존자유무를 확인한다.

구질구질하게 내리는 장맛비와 땀으로 온몸이 뒤범벅이지만 끈적끈적함을 느낄 여유도 없다. 식사는 2∼3명씩 돌아가면서 자원봉사대가 제공하는 김밥이나 컵라면으로 때웠다. 어둠이 깔리는 저녁에도 조명차의 강렬한 불빛에 의지해 작업은 철야로 진행됐다. 최명석(20)군이나 유지환(18)양처럼 생존자를 구조하면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풀린다. 그러나 오늘은 시신만 발굴됐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시신을 수습하고 본부에 알렸다. 연락을 받은 유족들은 통곡만을 남긴채 시신과 함께 병원으로 떠났다. 모두들 황망해서 그런지 구조대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유족은 별로 없었다.

지난 12일에는 유양이 근무하는 삼광유리의 모회사인 동양화학 이수영 부회장이 119구조대원들의 후생복지에 쓰라며 1억원을 희사해 구조대원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동대문소방서 소속 정광섭(38) 119 구조대장은 『생존자가 있다는 신념으로 마지막까지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최신장비의 지원과 함께 대원들의 사기를 북돋을 처우개선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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