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기둥 등 일단 설계부실에 더 무게/시공권 인수인계 당시상황도 집중조사삼풍백화점 붕괴참사의 직접 원인이 된 부실시공 부분은 검·경합동수사본부중 서울지검 형사1부(이경재·부장검사)가 전담, 크게 ▲설계 ▲감리 ▲시공의 세부분으로 나눠 수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감리분야의 부실은 이미 밝혀진 상태다. 검찰은 수사초기 삼풍백화점의 설계·감리를 맡았던 「한」건축연구소장 임형재씨를 소환, 조사한 결과 정상적인 감리가 사실상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임씨는 『삼풍측이 별도의 감리계약을 하지 않고 감리비용도 주지 않아 골조공사 당시 처음 10개월간은 상주감리조차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조사 결과 임씨는 이후 감리활동을 하면서도 구조물의 강도조사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채 감리보고서를 허위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부실공사 수사에 착수하면서 대학의 건축, 구조관련 교수 8명으로 「원인규명 감정단」(단장 김덕재·중앙대교수)을 구성, 설계와 시공에서의 부실증거들을 찾아내고 있다.
그러나 성수대교때와는 달리 건물이 철저히 붕괴돼 주요부분이 성한 분석시료를 찾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구조작업때문에 현장보존이 불가능하며, 골조와 내장의 시공주체도 각기 달라 원인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사고직후 현장과 난지도쓰레기매립장에서 건물잔해를 시료로 채취, 국립건술시험소등에 콘크리트강도와 철근인장력등의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설계도대로 시공됐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또 골조공사를 맡은 우성건설의 조인호 부사장과 건축당시 건설본부장 이중조 전무, 이상철 현장소장등을 불러 기준미달 철근이나 바닷모래등 불량자재의 사용여부, 잦은 설계변경 경위등을 조사했다. 우성과 삼풍측의 진술이 엇갈리는 5층 골조공사의 주체를 가리기 위해 삼풍건설산업 이광만 전무와 이평구당시현장소장등도 소환, 89년 1월 우성에서 시공권을 넘겨받을 당시의 상황을 집중조사중이다. 이와함께 조부사장등 우성건설 관계자 10명과 삼풍측 공사관계자 5명을 출국금지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설계상의 하자는 건물의 일부분이 구조계산과 다르게 설계된 부분. 구조계산은 역학적으로 건물의 각 부위가 받는 하중을 계산하는 것으로 이 수치에 따라 설계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삼풍백화점의 경우 구조계산상으로는 각층 원형기둥의 지름이 8백㎜, 기둥속에 박는 주근(MAIN BAR)이 16개로 돼 있으나 설계도상에는 4층 일부 기둥이 지름 6백㎜, 주근 8개로 크게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같은 설계결함이 붕괴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위치상 건물에 상당한 무리를 줬을 것으로 지적됐던 옥상냉각탑의 경우 12일 감정단의 현장조사 결과, 가동시 85톤에 달하는 하중이 받침대 기둥에 고루 분산되도록 정상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분야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부실」의 핵심은 슬래브와 기둥을 잇는 골조부분. 보없이 기둥위에 슬래브를 얹는 「무량판공법」에서는 힘이 집중되는 슬래브와 기둥, 기둥이 받는 하중을 덜어주기 위해 사이에 끼워넣는 드롭패널(지지판)의 연결부위가 가장 충실하게 시공돼야 한다.
그러나 삼풍의 경우 드롭패널의 두께가 설계도에는 15㎝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상당수가 이보다 5∼6㎝, 심한 경우 9㎝까지 얇게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슬래브의 강도를 좌우하는 피복두께(슬래브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철근까지의 거리)도 규정상 2∼3㎝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5∼10㎝로 나타났다. 즉 철근을 지나치게 깊게 묻어 슬래브가 버틸 수 있는 하중을 크게 떨어뜨린 것이다.
부실시공 여부를 판단하는 또다른 기준인 철근의 인장력과 콘크리트강도 측정은 아직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태다. 5일 사고현장에서 실시한 콘크리트강도 실험에서는 기준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건물전체로 보자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감정단은 건물 각 부위에서 수백개의 시료를 고루 채취해 실험중이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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