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국민우롱… 견제 고심/자민련논평 삼간채 득실계산김대중 이사장이 13일 정계복귀를 공식선언하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의 다음행보와 여론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이 『설득력없는 구실로 복귀를 정당화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김이사장을 강력 비난한 반면 자민련은 공식논평을 삼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민자당은 이날 그동안 김이사장에 대해 일체 공식언급을 자제하던 태도와 달리 「오만」 「국민우롱」 「착각」이라는 원색적 단어들을 총동원하며 비난수위를 최대한 높였다. 특히 민주당내 반발이 만만찮고 비판여론이 날로 거세진다고 판단되자 과거 김이사장이 「말을 바꾼」사례까지 거론했다.
박범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계복귀 선언은 식언에 식언을 거듭해온 그의 계산된 행보의 결과임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끝없는 거짓말로 일관해 온 정치인이 다시 지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국가적 불행』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우리정치사에 나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한 지도자가 이승만 박정희대통령이었는데 김이사장도 같은 아집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춘구대표도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말했으며 강용식 대표비서실장은 『또 다른 착각의 시발』이라며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의 와중에서 슬그머니 정계복귀를 시도한 것은 국민정서상 도저히 납득키 어렵다』고 공박했다.
김운환 조직위원장도 『오만과 자만에 찬 행동』이라며 『국민에게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줄 뿐』이라고 비난했다. 또 박희태 의원은 『그 양반이 언제 정계복귀를 안했느냐』며 『옛날에는 정치안한다고 하면서 정치했고 지금은 정치하겠다면서 정치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인 다음달까지는 DJ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않은데다 6·27선거후 내부전열도 흐트러져 DJ행보를 보는 민자당의 고민도 적지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6·27선거 패배이후 다들 힘이 빠져있고 움직이려고들 하지않는게 걱정』이라며 『민자당도 하루빨리 효과적인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민련은 김이사장의 정계복귀에 대해 공식논평없이 조심스레 득실을 저울질하는 표정이다. 자민련은 선거기간에 『정치재개여부는 전적으로 김이사장의 자유의사와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언급했듯이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자민련이 이처럼 공식반응을 자제하는 이유는 김이사장의 정계복귀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고 앞으로 정치권에 회오리를 몰고올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김종필총재는 이날 상오 측근의 보고를 받고 일절 코멘트를 하지 않은채 『공식 논평을 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조부영 총장은 『정치를 오래 한분인만큼 현명하게 판단을 했을 것』이라면서 『김이사장은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자신의 몫과 세를 현실화한 것』이라고 「현실론」을 전개했다. 한영수 총무는 『나는 그분이 진정 정계를 은퇴했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정계복귀 선언이전에도 이미 사실상 정치를 해온게 아니냐』고 김이사장의 정계복귀를 당연시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김이사장이 말을 바꿔 정치재개를 한 것에 대해 국민이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김광덕·김동국 기자>김광덕·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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