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잠재의식속에 묻힌 야성 회복/당당하고 창조적인 여성상 세우기고대 희랍의 철학자 플라톤은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난 사실을 신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 숨겨진 뜻을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은 것은 나 자신도 여성의 본성을 무시하는 오래된 사회적 통념에 젖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은 아버지, 남편, 그리고 자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데 이는 여성이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수동적이며 제한된 삶을 갖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통념에 순응하지도, 적극적으로 대항하지도 못하는 가운데 에스테스의 저서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을 읽게 되었다.
에스테스는 건강한 늑대와 여성에게서 심리·사회적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들은 모두 지혜롭고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학살당하거나 열등한 존재라는 오해를 받아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사회·문화적 규범으로 길들여진 여성이 자신의 심연에서 들려오는 본능적 자아를 찾아 야성을 회복하면 자신감과 긍지를 갖고 창조적 삶을 개척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세계 여러 곳의 민담이나 설화, 동화의 심리학적 분석을 통하여 여성의 잠재의식속에 묻혀 있는 야성을 찾아나선다. 이야기 속에서 야성은 주인공 자신의 나약함이나 어리석음, 부모의 무지, 위험하고 파괴적인 사랑, 그리고 사회적인 요인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심리의 깊은 밑바닥으로 침잠한다.
이야기 속의 어떤 주인공은 야성을 찾지 못한채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가 하면, 또 다른 주인공은 고난을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깨닫는 승리의 여성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에스테스는 야성을 위협하는 천적들에 대항하여 참다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빌려, 여성 모두 자아회복이라는 심리적 변혁을 통하여 당당하고 창조적인 인간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고대철학자의 말이 지금까지도 사회·문화적 보편성을 갖고 회자되고 있음을 볼 때 유감스럽게도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여성의 심리안에서만 찾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엄청난 낙관주의에 힘입어 심연에서 부르는 야성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창의적 사고로 생명력 넘치는 여름을 보내게 되길 기대한다.<연세대 음대강사>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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