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생명력은 모질고 끈질기면서 풀뿌리처럼 건강하다. 역경에 처할수록 오히려 싱싱하게 빛을 발한다. 기적의 생환이 잇닿는 「삼풍의 폐허」속에서 우리는 새삼 이 사실을 체험하고 진한 감동에 사로잡힌다. 그들이 있기에 이 엄청난 비극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밝은 미래를 내다보게 된다.집단으로 맨 먼저 구출된 미화원들을 상기해 보자. 이들은 모두 서민이었다. 24명이 집단으로 고립되었으나 한몸과 한마음으로 사투를 이겨냈다. 양보와 질서의 미덕은 누군가 소리 지르지 않았어도 고스란히 지켜졌다. 그래서 살아났다.
시멘트덩이와 철근이 얽힌 비좁은 죽음의 공간에서 11일 또는 13일동안 버티고 살아난 최명석군과 유지환양도 서민가정의 자녀로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하여 건전한 젊음이 무엇인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었다. 신세대 또는 X세대라면 뭔가 톡톡 튀고 어수선하며 향락적인 모습으로 비쳐졌으나, 그것은 일부의 부정적인 단면이었음이 드러났다.
두 젊은이는 의지가 강하고 성격이 밝았다. 구조순간의 첫마디를 되새기면 적극적이고 낙천적이다. 그들의 가정과 환경은 서민층이면서도 한점 구김살이 안 보인다. 서민층 가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그런 지구력과 인내심이 길러진 것이랄 수도 있겠지만, 이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서민상을 발견하게 되어 더없이 흐뭇하다.
고교성적도 평범했다고 한다. 과외바람이나 일류에의 집착도 없었다. 군입대를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자청했고, 고교를 마치고 당당하게 직업여성의 길을 택했다. 특히 유양은 장기병상의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구실까지 떠맡았다고 한다.
그들은 유복하지 못한 환경을 원망하거나 한을 품지도 않고 열심히 살았다. 구조되자 소박한 소원이 콜라 한잔이고 냉커피 한잔인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갸륵하고 건전한 정신의 소유자임을 직감하게 된다.
신세대는 내일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X세대란 말도 그 X란 부호에 무엇이 채워질지 모른다는 뜻에서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은 새로운 가능성의 예고임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는 평범한 가정에서도 이처럼 발랄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삼풍의 폐허 앞에 통곡하면서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이런 신세대의 건전한 성장 때문이다.
온 국민을 감동케 한 생환자들의 인간승리는 곧 서민정신의 승리였다. 서민의 끈끈한 생명력과 씩씩한 기운이 우리 사회의 원동력이다. 이들이 건강하므로 우리 사회가 건강할 수 있다. 이들이 나라의 탄탄한 바탕이다. 삼풍참사의 비탄 속에서 우리는 서민의 위력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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