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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와 삼풍/조성호(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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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와 삼풍/조성호(메아리)

입력
1995.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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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와 철골의 무덤속에서 또 기적의 생존자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했다.한줌 암흑의 공간에서 죽음의 까마득한 시간을 이기고 잇달아 생환한 젊은이들을 보고 모두들 인간승리에 박수를 보냈다. 이들 젊은이들의 기적같은 생환은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한가닥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연일 사체가 발굴되는 현장을 보는 대다수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참담한 심경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수많은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겐 사상최대의 희생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최대의 슬픔이고 비극일 뿐이다.

충격의 2주가 흘렀다. 우려하던대로 삼풍백화점은 총체적인 건축비리의 전형이었다. 샹들리에가 번쩍이던 「외화내골」의 삼풍백화점 붕괴는 이시대 물신주의가 낳은 최대의 비극으로 이미 각인됐다.

삼풍의 붕괴를 보면서 붕괴의 원조격인 70년대 사건을 떠올리게된다.

70년 4월8일 새벽,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단지 시민아파트 15동 5층건물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잠에서 깨어나 기동하던 주민들이 순식간에 매몰돼 1백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와우아파트는 계곡을 매립한 곳에 세운데다 시멘트함량 부족등 부실자재를 썼고 기초공사부터 엉터리로 한 부실투성이 건물이었다. 조사결과 당시 와우아파트 기둥은 정상하중의 3배를 버티다 무너졌다. 와우아파트붕괴참사가 나기 한달전 인근 동 주민들은 구청에 골조기둥이 가라앉고 벽체에 금이 가는등 이상증세가 있다고 계속 신고했으나 공무원들은 이를 무시해버렸다. 참사를 충분히 면할 수 있었던 기회를 밟아 없앤 것이다.

결국 와우참사이후 수십년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준공 1년만에 무너진 와우아파트와 5년만에 무너진 삼풍백화점은 건축비리, 비리의 은폐, 붕괴조짐의 묵살, 인간경시의 부도덕성등 여러면에서 닮았다. 전 구청장들의 구속행진도 그대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부정·비리의 수법이 더 지능적이고 은폐행위가 공공연하게 됐으며 부정을 눈감아주거나 조장하고 뇌물을 주고받는 비리사슬이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점이다.

은폐는 또다른 붕괴참사를 부른다. 신도시아파트이건 어떤 건축물·시설물이건간에 부실의혹이 있는 대상은 철저히 찾아내야한다. 집값 떨어진다고 결함을 쉬쉬하는 아파트주민들의 버릇도 은폐행위의 공범이다. 이제는 부정과 비리의 은폐를 속속들이 파헤쳐 또다른 붕괴의 참사를 막아야한다.<전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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