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도 살아있을것” 절규/시신 발굴때마다 가슴 철렁/무너진 억장 “그래도 혹시나”/신문기사 읽고 또읽으며 서로 위로○절망과 희망 교차
○…서울교대 체육관에 모여있는 실종자가족들은 12일 몇차례 계속해서 절망과 희망의 쌍곡선을 오르내린 뒤 또다시 찾아온 절망때문인지 정적이 감돌만큼 숙연한 모습들이었다.
가족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유지환 양의 생환소식을 담은 조간신문을 읽고 또 읽으며 『우리 아이도 혹시 살아오지나 않을까…』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움켜잡고 있다가 시신만 나오자 짙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우리 애는 지환이처럼 명랑하고 갓 스물에 건강해 어쩌면 아직도 생존해 있을 것』 『우리 딸도 마침 사고시간에 간식하러 지하에 내려갔다면 살아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서로들 위로하다가 끝내 생존자소식이 나오지 않자 고개를 숙였다.
○…실종자 가족 10여명은 이날 상오 현장 사고대책본부를 찾아 굴착기 등 중장비 투입을 자제하고 오렌지 픽(발톱모양의 잔해제거 장비)이나 수작업으로 발굴작업을 해 줄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현재의 구조작업은 진척이 느린데다 거칠기 짝이 없다』며 『지하에 생존해 있을 실종자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수작업으로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현장작업을 신속히 진행시켜줄 것과 A동 엘리베이터탑 주변의 잔해를 빨리 제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무거운 발걸음 반복
○…장마탓에 체육관과 인근 강의실에 흩어져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도 신원미상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공고가 붙었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혹시나』 하는 심경으로 달려갔다 신체적인 특징과 옷차림등을 확인해보고는 무거운 걸음으로 되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백화점 지하 1층잡화코너에서 파견 근무중이던 아내 한영혜(44)씨를 찾고있는 김상호(44)씨는 『이제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내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뭐하나”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자원봉사의 손길은 이날도 이어졌다. 사고당일부터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40여명이 모여 만든 민간자원구조대측은 이날 하오 2시부터 3시까지 가로 세로 1백50×1백20㎝, 두께 10㎝의 스티로폴 3백여개(96만원상당)를 깔판용으로 실종자가족들에게 제공했다.
구조대관계자는 『장마가 닥쳐 찬바닥에서 자면 실종자 가족들이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자원봉사자 일인당 3만원씩 모아 전달했다』며 『이런 일은 자원봉사자가 아닌 사고대책본부에서 마땅히 해야 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률구조변호인단을 구성, 이번 사고로 숨졌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청구등 법률적인 의문점에 대한 특별 무료법률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변호사회측은 변호사회 서초별관 3층 무료법률 상담소에서 상오 10시∼하오 5시에 피해자 본인이나 가족등 대리인이 찾아오면 무료상담에 응하고 있다.<김성호·박진용 기자>김성호·박진용>
◎구조작업 어떤 방법으로…/생존기미 보이면 즉시 “작업중단”/「틈새」 발견될때마다 전담반 달려가 탐색/입축일 물수건 전달·말 나누며 계속 격려
『또 다른 생존자를 찾아라』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는 최명석(20)군과 유지환(18)양 구조를 계기로 추가 생존자 수색의 열기가 뜨겁다.
생존자 수색에서 발견, 구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까.
포크레인과 크러셔등 중장비 잔해제거 작업중 콘크리트 더미나 철판아래 조그만 구멍이라도 발견되면 생존자탐색반이 즉시 달려온다. 공간을 찬찬히 살펴보고 『사람있어요』라고 소리를 지른다. 대답이 없으면 콘크리트 더미나 강철판등을 망치등으로 두드리고 귀를 잔해더미에 대고 소리를 듣는다. 또 생존자탐색반과는 별도로 감시조가 중장비 꼭대기에 올라 작업지역 전체를 살핀다. 잔해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A동에는 모두 10여대의 중장비가 투입돼 있고 중장비 1대당 5∼6명의 생존자탐색반과 감시조가 지키고 있다.
만약 생존자가 있다는 조그만 기미라도 보이면 구조대원은 즉시 『작업중단』을 외친다. 중장비와 구조인력은 즉시 작업을 중단한다. 소음이 생존자 확인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생존자가 발견되면 구조대원들은 곧바로 사고대책본부에 보고하고 추가인력과 의료진 투입을 요청한다. 이들이 도착할 때까지 주변에 있던 다른 구조요원들이 합세, 우선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는 공간을 뚫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들은 유압재키, 철근 절단기, 산소용접기등 장비를 사용해 작업속도를 높인다. 구조작업은 대개 20여명이 담당하고 지역소방대장이 지휘한다. 대원중 1명은 계속 생존자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기력이 빠진 생존자에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도록 힘을 주기 위해서다. 담요와 물도 계속 제공된다. 물론 갑작스런 수분 과다섭취를 막기 위해 입만을 축이도록 물수건을 준다.
생존자 구조작업은 일반인들의 철저한 출입통제속에서 진행된다. 구조현장으로 달려온 의료진은 생존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태를 체크하고 병원으로 연락, 응급실에서 필요한 치료준비를 지시한다.
필사적인 구조작업이 끝나고 생존자가 구출되면 의료진은 생존자의 눈을 수건으로 가리고 대기해 있던 앰뷸런스에 태워 응급처치를 실시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한다.<최서용 기자>최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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