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속군 무력화·평화군 철수 양면전략/안보리 긴급회의 불구 응징수단 마땅찮아20세기 최악의 민족분규인 보스니아 내전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전선의 균형이 11일 세르비아계에 의한 유엔 안전지대 스레브레니차의 함락으로 허물어진 것이다.
유엔은 93년 5월 안보리 결의안 8백24호에 의거, 스레브레니차와 사라예보, 비하치, 고라주데, 투즐라, 제파등 6곳을 안전지대로 선포했다. 유엔은 보스니아 회교도의 밀집지역이자 전략적 요충인 이들 지역을 세르비아계의 공세로부터 차단, 민간인의 희생을 막고 외교적해결의 시간을 벌기위해 안전지대란 묘책을 짜낸 것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 공중폭격을 비롯한 일체의 전투행위를 금지하고 전투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보복하겠다던 유엔의 다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세르비아계는 유엔의 경고를 무시하고 보스니아 내전의 성패가 걸린 이들 지역을 포위한 뒤 오히려 공세를 강화, 유엔의 권위에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급기야는 스레브레니차를 함락, 평화적인 방법으로 내전을 종식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결정타를 가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유엔은 지난해 11월 북서부 비하치 지역이 세르비아계의 수중에 떨어질 위기에 몰리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전투기로 공습하는등 보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유엔군을 인질로 잡은 「인간방패」전략앞에서 국제사회의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세르비아공화국과 사라예보인근 세르비아계의 전략요충인 팔레를 잇는 보급기지인 스레브레니차의 함락은 안전지대에 대한 도미노 현상으로 비화할 소지를 안고있다. 스레브레니차 남서쪽 20 지점에 있는 또 다른 안전지대인 제파의 함락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세르비아계가 승세를 결정적으로 굳히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르비아계는 프랑스, 네덜란드등이 주축이 된 신속대응군이 다음주부터 임무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자 스레브레니차 함락을 서둘렀다. 신속대응군을 무력화시키고 유엔평화유지군의 철수를 앞당기려는 전략이 깔린 것이다.
세르비아계의 스레브레니차 함락직후 유엔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어 보스니아사태를 논의하고 있으나 이들의 「겁없는 행동」을 응징할 수단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기껏 세르비아계의 행동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보스니아사태에 가장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온 프랑스가 유엔이 요청할 경우 스레브레니차를 탈환하기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유엔이 이같은 요청을 할 가능성은 적다.
스레브레니차 함락은 유엔과 나토내부에서 평화유지군의 철군논의에 더욱 불을 당기면서 세르비아계의 힘에 의한 보스니아내전 해결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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