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못거둔 재벌정책 더강경화 우려높아/정부「끌어안기」에 기대… 대통령 방미때 회동결과 촉각6·27선거이후 형성된 신여소야대와 신당출현등 잇단 정국의 대변혁을 맞아 재계가 앞으로의 중장기 경영구도 설정에 고심중이다. 재계는 김영삼대통령의 대화합선언이 경영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정부의 대재벌정책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는 그러나 정국이 소용돌이치는 상황에서는 강경한 재벌정책이 주류를 이루었던 과거의 예로 미루어 우려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특히 96년과 97년으로 예정된 잇단 선거와 함께 정부정책이 경제보다는 정치우선이고 이 과정에서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따라서 최근 들어 그룹 기조실등을 중심으로 신규투자나 자금확보 및 운용방안마련등에 부심하면서 김대통령과 재계총수들과의 미국회동 여부와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거 미국으로 떠나는 총수들과 미국방문길에 나서는 김대통령이 오는 25일을 전후해 만나게 되면 앞으로의 정부의 대재벌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우려감속에 정국의 향방에 관심을 쏟고 있다』며 『올 하반기는 물론 앞으로의 경영계획을 어떤 방향으로 정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기대반 우려반속에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재계가 정국변화속에서도 단기적으로 기대를 갖고있는 것은 정부의 전체적인 끌어안기에 경제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현대나 삼성 선경등 새정부 출범이후 자금통제 세무조사등으로 일시적으로나마 어려움을 겪은 그룹들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묶었던 해외투자가 허용되거나 자금확보등에서 소외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는 또 그동안 추진돼 온 규제완화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재계간 새로운 냉기류를 우려하는 분위기의 출발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가 내세운 소유분산이나 경제력집중완화등이다. 새정부들어 오히려 경제력집중현상은 심화됐으며 소유분산도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계는 특히 새정부 출범직후 계열사분리를 골자로 각 그룹마다 경쟁적으로 밝혔던 경영구조개편계획도 현정부 전반기를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등을 통한 강경한 대재벌정책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재계는 따라서 일단 정국의 변화추이를 관망한 뒤 이달말께부터 중장기 경영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주요그룹의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해외시장 진출이나 대북경협활성화방안등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김대통령과의 면담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하는 총수와 전문경영인등 1백여명의 경제인들이 20일을 전후해 대거 미국으로 떠나고 김통령이 22일께부터 미국방문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정부의 경제운용방향에 대한 골격을 감잡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앞으로 경영구도의 가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이 변할 때마다 경제계가 정치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재계의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재계 스스로 경제력집중문제를 해소하고 중소기업과의 협력기반을 다지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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