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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한 2000년 고도 「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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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한 2000년 고도 「항주」

입력
1995.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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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빼어난 천혜의 서호는 속세풍진 말끔히…/경국지색 서시 배출한 미인의 도시로도 유명일찍이 마르코 폴로가 그의 「동방견문록」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쓴 그대로 항저우(항주)는 아름답다.

매연과 탁한 공기, 바가지 상술, 마구잡이 교통체계로 도시가 오염되고 있지만 고색창연한 역사와 천혜의 호수 시후(서호)는 속세의 풍진을 잊게하는 명승이다.

면적 4백30㎢, 인구 1백40만명 규모의 저장(절강)성 성도항주는 남송 등 왕조시대의 도읍지로 2천년 전통을 간직한 고도. 그 안에서 서호는 한쪽 면을 시원스럽게 도시에 터 놓아주고 나머지 3면을 짙푸른 산세와 기관, 역사유적으로 둘러치고 있다.

항주가 경국지색 서시를 나게 할만큼 미인의 도시란 얘기가 허풍만이 아닐듯도 하다. 서시의 미색에 비겨 서자호란 별칭이 붙은 서호는 항주 전체의 이름값을 높여주고 있다.

면적 5.6㎢, 둘레 15규모의 서호는 당나라 시인 백락천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제방 백제와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지방관리 시절 토사의 유입을 막기 위해 쌓은 제방 소제로 크게 3부분으로 나눠진다. 두 제방은 평일에도 자전거와 3륜차(인력거), 낚시꾼들로 붐비고 제방을 따라 깔린 잔디밭은 청춘남녀와 피곤한 사람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소제 남쪽 끝에는 소동파기념관이 있고 기념관 주변에는 그의 치덕을 기려 이름을 붙인 소동파고기가 선보이고 있다.

호수의 중앙에는 유람코스인 소영주 호심정 완공돈 등 섬 세개가 떠 있는데 소영주는 사실 전자 모양을 따라 호수위에 난 육로여서 그 안에 다시 4개의 작은 호수가 들어 앉아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달빛을 반사해 수면위에 달 세개를 만들어낸다는 돌탑 삼담인월이 솟아있다.

또한 외곽에는 72년 미국·중국이 그동안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는 내용의 상하이(상해) 공동성명의 기초가 다져졌다는 서호국빈관이 있다.

서호는 아늑하고 우아한 자연물인 반면 서호의 주변에는 사람의 손때가 묻은 오랜 유적들과 박물관, 공원 등이 즐비하다. 소제 북쪽 끝에는 남송의 악비장군의 묘와 사당인 악왕묘가 세워져 있다. 금나라에 맞서 싸웠던 악비는 모함을 받아 아들과 함께 사형당할 때까지 상승군을 이끌었던 장군으로 삼국지의 주인공 관우와 함께 중국인들의 숭앙을 받고 있는 충신의 표본이다. 중국 문학에서도 출중한 무술실력과 백전불패의 전략전술이 인용되는 이 충신의 무덤에는 아직까지 관광객들이 태우는 향이 그치지 않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목조 13층이나 안에 들어가면 석조 7층인 전당강가의 육화탑, 호랑이가 샘을 파줬다는 전설과 함께 호포차로 명성이 난 호포천, 다박물관, 비단박물관, 4백70여개의 생생한 불상이 새겨진 비래봉 등 서호를 둘러싼 풍광은 다채롭다.

지금 항주와 서호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과일껍질과 담배꽁초를 마구 버려대는 중국인들의 무감각한 환경의식이다. 항주 행정당국은 호수 남쪽에 흐르는 강물과 서호를 지하관으로 연결시켜 72일에 한번씩 30만톤 가량 물갈이를 해주고 있지만 드넓은 호수의 물이 청명해 지려면 전 항주인들의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항저우=김병찬 기자>

◎서호의 호텔 「국빈관」/모택동·닉슨 등 동서거물 즐겨찾아/100년전 건립… 72년 상해 공동성명 산실

서호의 소제 바깥호수에 접한 서호국빈관은 미국·중국 외교사를 장식한 72년 상하이(상해) 공동성명의 산실로 마오쩌둥(모택동)이 중국 헌법을 기초하고 문화혁명의 격변기에도 휴양차 즐겨 찾았던 유서 깊은 호텔이다.

72년 2월27일 미국과 중국은 상하이에서 「양국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패권을 노리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서호국빈관측은 바로 그 전날 닉슨 전미국대통령과 저우언라이(주은래) 전중국총리가 이곳에서 호수의 경관을 바라보며 공동성명의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서호국빈관의 한 종업원은 서호의 수면위에 지어진 3평 가량의 국빈관 팔각정으로 안내하며 『모택동이 독서실로 애용했고 닉슨과 주은래가 의견을 모았던 바로 그 장소』라고 설명해줬다. 타계 직전에 항주를 방문했던 닉슨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호에서 의논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고 한다.

야트막한 산기슭에 서호와 붙어 있는 서호국빈관은 원래는 약 1백년전에 세워졌으나 1950년대에 저명한 건축가 다이니엔츠(대념자)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36만㎡ 규모에 10개 가량의 건물 및 정자가 호숫가를 따라 띄엄띄엄 늘어서 있고 전통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진 회랑과 각종 다리들이 이어져 있다. 그리고 정원마다 잔디밭과 대나무 등 정성들여 가꾼 나무들이 우거지고 다람쥐와 새들이 노니는 평화로운 분위기다.

서호유람선을 타고 접근해서 바라보는 국빈관과 국빈관 관내에서 바라보는 서호의 정경은 어느 한쪽이 낫다고 할 수 없으리만큼 서로간에 조화를 이뤄 운치가 빼어나다. 보통 외국 투자단 등 귀빈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일반인들의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항저우=김병찬 기자>

◎명승고적속의 정원도시 「소주」/창랑정 등 호수낀 69곳 ‘산수화병풍’

「황제적녀아 불수가(황제의 딸은 시집갈 걱정을 하지 않는다)」 중국내 대표적 「정원 도시」 쑤저우(소주)시는 외부에 일부러 알리지 않아도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자신감을 함축한 표현이다. 예로부터 「상유천당 하유소항(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주는 경관이 수려하고 명승고적이 많을 뿐아니라 운하와 수로가 사통팔달로 뻗은 물의 도시.

소주의 가장 큰 특징은 정원이 많다는 것이다. 일찍이 「강남원림갑천하 소주원림갑강남(중국 강남지역의 정원은 천하에서 으뜸이고 소주의 정원은 강남에서도 최고다)」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정원이 유명하다.

특히 시내 동북가에 위치한 졸정원과 유원로의 유원은 중국 4대 명원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창랑정, 사자림, 망사원등 호수를 낀 69개의 정원이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어 마치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원래 소주에는 명대 2백72개, 청대 1백30개의 개인 정원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부유하고 문인 취미가 발달한 곳이어서 고급정원이 많이 들어섰다.

이처럼 소주 정원예술이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지자 중국 정원의 해외보급을 맡고 있는 소주 고건공사등은 미국에 금수중화, 캐나다 일원, 일본 제방정, 싱가포르 온수원등을 지어 중국의 정원문화 보급에 진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다운 정원은 졸정원. 이 정원은 당나라 시인 육구몽의 집이었으나 명나라때 어사였던 왕헌신이 중앙무대에서 치부한 사실이 임금의 귀에 들어가 파면당한후 고향에 내려와 칩거하면서 개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적은 5만㎡. 그 가운데 5분의 3정도가 호수인데 호수주변으로 곳곳에 태호에서 채취한 태호석이라는 기이한 모양새의 돌들을 배치해 정원의 품격을 더욱 높이고 있다.

다리와 기이한 돌, 정자, 호수등이 잘 조화된 이 정원은 상하이(상해) 대관원의 광대함이나 유원의 오밀조밀함과는 또다른 풍치를 자랑할 만큼 정교하고 아름답다.

유원은 졸정원과 더불어 중국 4대 명원중의 하나로 남방지역 정원답게 출입문은 작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경치가 아름답고 모든 건축물이 높고 정교하다. 특히 중국 고대 건축기술과 산·물·꽃·나무가 서로 일체화한 대표적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또 외성천을 끼고 도는 반문은 수많은 전국 수륙 성문중 유일하게 돌만을 재료로 사용해서 만든 수문으로 유명하다.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에서 제작된 높이 47.3의 호구탑은 중심에서 우측으로 3.3도가량 기울어 쓰러질 듯 서있어 「중국판 피사의 탑」으로 불린다.

이처럼 쑤저우는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많은 유적들을 남겼는데 그 중 국가급 문물보호지역이 10곳, 성급보호지역은 무려 4백여개에 이른다.

소주는 「황제의 딸」에 안주하지 않고 동쪽 일대에 건설중인 「미니 싱가포르 타운」조성과 함께 전통미를 보전하기 위해 시내 중심가에 6층이상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간장로등 시내 주요 도로를 깨끗이 단장하는등 현대적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쑤저우=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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