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살림꾸리면서도 긍정적 삶/칠흑지옥서도 희망 안버린것이 원동력2백30시간과 2백85시간30분만의 생환.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용돈을 번 대학생 최명석(20)군과 집안살림을 도맡았던 또순이 처녀 유지환(18)양은 죽음의 긴터널을 빠져나오면서도 약속이나 한 듯 씩씩하고 건강한 X세대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두편의 인간승리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각각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가 있을 뿐 매몰공간, 생존조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성격은 거의 비슷하다.
에스컬레이터 철제빔과 무너진 상판이 엇갈리면서 생긴 삼각꼴의 공간이 최군을 지켜줬던 것처럼, 유양은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환기통이 무너지면서 만든 삼각꼴의 공간에서 13일을 견뎌냈다.
콘크리트 더미속으로 흘러든 빗물과 화재진압용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다소나마라도 바깥공기를 숨쉴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다만 최군은 비교적 물을 넉넉히 먹을 수 있었으나 유양은 얼굴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녹물이어서 입주위만 적시는데 만족해야했던 것이 차이가 날 뿐이다.
또 두사람 모두 붕괴순간 큰 상처를 입지 않아 출혈이 거의 없었던 점도 생환할 수 있었던 큰 이유였다. 그러나 평소 낙천적인 성격의 이들이 칠흑같은 지하에서도 「살아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야말로 기적을 만들어낸 제일 원동력이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남김없이 보여준 이 두 신세대는 들것에 실려나오는 순간에서도 X세대만의 당당함과 여유로움을 보여줬다. 최군은 보도진에게 승리의 V자를 그려보였고, 유양은 바깥세상을 보지않고는 못배기겠다는 듯이 눈을 가린 수건을 살짝 들어올려 13일만에 하늘을 바라봤다.<최성욱 기자>최성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