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부친 4년째 병원서 투병/“딸 왜안오나” 물을땐 가슴미어져『이틀전 지환이가 살아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꿈을 꾸었어요』
하나밖에 없는 딸 유지환(18)양이 구조된 후 어머니 정광임(47)씨는 딸의 생환을 기뻐하면서도 그간 딸의 실종사실을 남편에게 알릴 수 조차 없었던 상황을 되새기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소식을 남편 유근창(51)씨가 입원해있는 서울 대한병원 325호실에서 TV를 보고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본 딸의 실종소식은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충격이었다. 남편이 충격을 받을지 몰라 재빨리 TV를 꺼버렸다. 이틀전에도 병문안을 와 아버지의 뺨에 입맞춤을 하던 귀염둥이 딸이었는데….
유씨는 92년 운수업을 하다 뇌졸중으로 이제껏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다. 삼풍백화점에 취직한 지환양의 수입과 산업재해 보상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사고에다 고혈압까지 겹친 아버지가 딸의 사고소식에 충격을 받을까봐 딸의 실종을 감춘 어머니 정씨의 남모르는 고통은 여느 실종자 가족보다 더한 것이었다.
대신 정씨와 유양의 오빠 세렬(21·서일전문대 식품가공학과 2년휴학)군은 유씨의 병실과 서울교대 실종자신고센터, 사고대책 본부등을 오가는 생활을 13일간 계속해왔다. 교대로 단 하루도 실종자가족센터를 떠나지 않고 유양의 생존소식을 기다렸다. 정씨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환이가 꼭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는 최명석군의 생환이후 『우리 딸도 살아올 수 있다』는 확실한 희망으로 변했다.
정씨는 『그간 남편이 병원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지환이의 소식을 물을 때 면 가슴이 미어졌다』며 『이제 지환이가 건강을 회복하면 남편에게 마치 옛일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이현주 기자>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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