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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제거중 “사람발이다”/유양 발견에서 구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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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제거중 “사람발이다”/유양 발견에서 구조까지

입력
1995.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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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 총동원 1시간40여분 사투/중장비 사용못하고 손작업 일관/스스로 수건걷고 바깥세상 확인장마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1일 하오 폐허의 건물잔해 더미에서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유지환(18)양의 발견에서 구조까지 2시간 가까이 계속된 피말리는 작업은 또 하나의 극적인 드라마였다. 그것은 생명의 강인함과 경이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쾌거였다.

▷발견◁

서울 영등포소방서소속 119 구조대원 정상원(30)씨는 포클레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던 무너진 A동 중앙부근에서 콘크리트더미와 철근뭉치 사이를 눈으로 훑고 있었다. 『생존자가 또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현장을 살피고 있던 하오 1시45분께 포클레인이 콘크리트 상판을 들어내는 순간 갑자기 작은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흙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구멍은 바로 가려졌다. 즉시 작업을 중단토록 하고 손으로 흙더미를 걷어내니 콘크리트상판과 철골구조물 사이에서 뭔가 눈에 스쳐갔다. 머리카락이 온통 곤두섰다. 『제2의 최명석이가, 생존자가 더 있을지도 몰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발, 사람의 발이었다. 엄지와 검지에 빨간 페디큐어를 칠한 사람의 맨발이 거기 있었다. 지난 9일 구조된 최군의 얼굴이 언뜻 머리를 스쳤다. 현장은 바로 최군이 구조된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거기 살아 있으면 발을 움직여 보세요』 발이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였다. 『아! 살아 있구나』

『생존자가 있어요. 빨리 지원해 주세요』 이윽고 유압절단기, 산소용접기, 해머, 유압 드릴등을 갖춘 구조대원들이 달려왔다. 대원들은 발이 발견된 부근의 흙더미를 파내려갔다. 『이름이 뭐예요』 구조대원의 물음에 말없이 「유지환」이라고 적힌 명찰이 내밀어졌다.

흙더미를 파내려가보니 유양의 몸 위에는 공기정화기 철판이 가로막고 있고 콘크리트더미와 철근 덩어리가 엉켜 있었다. 유양은 에스컬레이터 옆부분과 콘크리트더미로 만들어진 가로1.3m, 세로1.5m, 높이30∼40㎝의 좁은 공간에 남동쪽 방향으로 누워 있었다.

▷구조◁

구조대원들은 유양을 가로막고 있던 두께 20㎝가량의 콘크리트를 착암기로 뚫는 작업을 시작했다. 유양을 안심시키기 위해 계속 말을 걸었다.

대화도중 정씨가 「유지선씨 괜찮아요」라고 다시 묻자 유양은 웃으면서 『유지환인데요. 왜 틀리게 말하세요』라고 고쳐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피말리는 구조작업이 이어졌다. 가장 큰 장애물은 공기정화기 「다트」의 폭 130㎝, 길이 3가량 되는 양철판이었다. 「크러셔」라는 절단기로 자르고 유압절단기로 벌려 각목으로 받치는 힘든 작업이 계속됐다. 산소용접기로 철근 뭉치를 잘라내기 위해 유양의 맨발 위에는 젖은 모포가 씌워졌다.

구조대원들의 이마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왜 이리 더딘가』 유양이 다칠 것을 우려해 중장비도 동원하지 못하고 야전삽과 손으로만 상판을 긁어내야 했다.

구조작업 1시간 30분이 지나면서 지하로 지름 40㎝가량의 구멍이 생겼다. 구조대원들이 공기정화기 철판을 반쯤 걷어낸뒤 부근의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고 구멍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자 유양이 머리를 위로 한채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원들은 유양을 빼내기 위해 몸을 담요로 싸고 두꺼운 종이를 유양옆에 깔았다. 그러나 콘크리트 사이에 유양의 팔이 끼여 몸을 완전히 빼낼 수 없자 다시 옆부분을 착암기로 뚫는 작업을 해야 했다.

10여명의 대원은 반쯤 접힌 철판을 빼내기 위해 『영차, 영차』를 외치며 온힘을 쏟았다. 이때 유양의 몸 위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가 휘청하며 무너질듯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급해진 구조대원 2명이 다시 지하공간으로 들어가 유양의 몸을 끌어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들것이 들어가고, 모포가 들어갔다. 발견된지 1시간 40분이 지난 하오 3시30분께 드디어 들것에 실린 유양의 모습이 지상으로 드러났다. 모포에 싸인 유양은 13일만에 보는 세상이 궁금한듯 왼손으로 얼굴을 덮은 수건을 살짝 내리며 잠깐 밖을 살펴보았다가 깜짝 놀란듯 다시 얼굴을 가렸다. 순간 폐허의 현장은 환희의 도가니였다. 삼풍백화점 붕괴 2백85시간만의 기적이었다.<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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