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폭주·건강이상… 정국불안속 악화된듯/잔여임기 11개월… 차기대선출마에 먹구름내우외환에 빠진 러시아의 복잡한 정국때문인가, 아니면 평소 건강을 소홀히한 개인적인 부주의 탓인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11일 심장질환으로 모스크바 중앙병원에 입원했다. 대통령공보실은 옐친 대통령의 입원 사실을 확인했지만 병세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옐친은 그동안 심장질환 등으로 여러차례 문제를 일으킨 바 있어 증세의 경중과 관계없이 그의 건강을 둘러싼 파장은 확대되고 있다. 그가 내년의 차기대통령선거에 나설 생각이라면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탓이다.
올해 64세인 옐친은 과도한 음주벽이 있다는 소문과 함께 그간 수차례에 걸쳐 건강 이상증세를 보였다. 지난해 9월 30일에는 미국방문후 귀로중 아일랜드에 중간 기착했으나 옐친이 비행기에서 내려오지 않아 아일랜드총리와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바람에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기도 했다.
그는 3개월후인 12월에도 체첸침공을 단행한 뒤 약 2주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각종 추측이 만발했다. 그는 당시 코수술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지난 2월9일 카자흐스탄 알마아타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담에 참석한 옐친은 주위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그의 건강을 해친 주된 원인은 술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폭주에 따른 일화도 많다. 지난해 구동독주둔 러시아군 철수를 기념하는 행사때에는 술에 취해 군악대를 직접 지휘하는 추태를 보였고 볼가강 유람선을 타고 휴가를 즐기다 술에 취해 당시 대변인이었던 코스티코프를 강물에 빠뜨렸다는 소문도 있다.
그의 부인 나이나가 최근 『남편의 건강을 생각할 때 다음 대통령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듯이 옐친은 올들어 정국의 복잡한 상황으로 상당히 심신이 피로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백여명이 희생된 부덴노프스크 인질사건에 이은 의회의 내각불신임결의에 따라 일부각료를 해임시키는등 어지러운 국정에 시달려 온 그의 「마음고생」이 이번 입원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난 10일 러시아 주요 언론사 간부들을 접견하는 등 정상적으로 집무한 점으로 미뤄볼 때 갑작스런 입원은 돌발적인 상황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다소 성급하긴 하지만 임기 11개월을 남겨놓은 옐친의 건강문제는 최근 후계자로 거론되는 체르노미르딘총리의 부상과 겹쳐 「레임덕」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난국을 헤매는 러시아호는 「선장」인 옐친마저 기력을 잃어 더욱 암담한 상황을 맞은 것같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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