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뉴질랜드,불 상품 불매운동 등 거센 항의/시라크 “무루로아섬은 프랑스령” 강행 의지프랑스의 핵실험을 막으려는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의 시위 선박 레인보 워리어 2호가 10일 프랑스 해군 특수부대에 강제 점거되면서 프랑스의 핵실험 재개 결정에 대한 국제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꼭 10년전인 85년 7월10일 뉴질랜드의 오클랜드항에서 발생한 레인보 워리어 1호 폭파사건을 기리고 프랑스 핵실험 재개에 항의하기위해 10일 새벽 무루로아섬의 프랑스 전관수역에 들어 간 레인보 워리어 2호는 프랑스군 1백50여명의 기습을 받았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 사건에 대해 강력한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다. 양국은 이미 지난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무루로아섬의 핵실험 재개를 선언했을 때 이에 항의해 즉각 프랑스와의 군사협력을 동결한 바 있다. 양국 국민들은 프랑스 선박의 항만 하역과 우편물 배달을 거부하고 프랑스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호주 퍼스에 있는 프랑스 영사관은 지난달 항의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불타기도 했다. 무루로아 인근의 타히티 등 남태평양 8개국은 프랑스에 정식 항의서를 보냈고 유럽의회도 프랑스에 핵실험 결정 재고를 촉구했다.
이처럼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핵실험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뉴질랜드가 프랑스의 처사를 「나폴레옹과 드골식의 오만」이라고 비난하자 프랑스의 한 고위관리는 『우리는 뉴질랜드가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되받아쳤다. 또 핵실험이 안전한 것이라면 왜 프랑스 땅에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라크 대통령은 『무루로아는 프랑스령』이라고 대꾸한 바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가 레인보 워리어 2호를 전관수역 진입직후 나포한 것은 핵실험강행 의지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루로아섬의 핵실험을 막기 위한 그린피스 선박의 항해는 지난 72년 12짜리 범선 베가호가 처음이다. 베가호는 프랑스 군함에 들이받혀 파괴된 채 돌아갔다. 85년 레인보 워리어 1호 폭파사건은 그린피스 대원 1명의 죽음과 프랑스 국방장관의 사임을 가져 왔지만 프랑스의 핵실험을 막지는 못했다.
프랑스는 지난 66년부터 지금까지 무루로아에서 1백30 차례 이상 핵실험을 했다. 타히티 의회는 프랑스가 핵실험을 시작한 이듬해 프랑스에 방사능 낙진 실태 조사를 요구했으나 프랑스는 지금까지 이를 받아들이지도, 이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반면 무루로아 해역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들이 발견되고 인근 주민들 가운데 백혈병이 보고됐다.
무루로아는 원래 폴리네시아어로 「위대한 비밀의 장소」를 뜻하는 「모루로아」였으나 프랑스 지도제작자들에 의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폴리네시아인들의 아름다운 비밀이 핵폭발의 버섯구름에 날려가버린 빈 자리에는 프랑스 핵계획이라는 새로운 비밀이 음험하게 자리잡고 있다.<오미환 기자>오미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