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신전 영문안내판 달고 “손짓”「헤즈볼라」가 다시 서방인들을 노리고 있다.
「신의 당」이란 뜻의 헤즈볼라는 과거 레바논내에서 발생한 인질 납치사건과 폭탄테러 등을 주도, 서방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공포의 급진 회교원리주의 무장세력이다. 지난 83년 2백41명의 목숨을 앗아간 베이루트 주둔 미해병대 본부 차량폭탄테러도 이들의 「거사」중 하나이다.
최대 거점인 레바논내 베카계곡을 중심으로 베이루트시 남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헤즈볼라는 지금도 「철천지 원수」인 이스라엘과 남레바논 지역에서 교전을 벌이며 해외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테러활동 역시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악의 제국」인 미국 등 서방을 상대로 한 반제국주의 투쟁노선은 레바논 내전의 종식과 함께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그들이 다시 서방인들을 유인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총」 대신 「관광상품」으로 이미지를 1백80도 탈바꿈했다.
헤즈볼라가 자랑스레 소개하는 상품은 베카계곡내 바알베크 유적지이다. 고대 로마시대 대도시였던 이곳에는 주피터와 바커스 신전을 비롯한 당대의 유적이 어느 곳보다도 풍성하다. 특히 원래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원형극장은 레바논 내전 발발 전만 해도 존 바에즈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연례 음악축제와 오페라 등이 생생한 현장감속에 공연됐던 명소이다.
헤즈볼라는 원형극장 시설물의 대대적인 개보수에 나서는 한편 공습에 대비해 겹겹이 포진해 있던 대공포 대신 영문안내 간판을 곳곳에 세우고 서방관광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새단장을 마친 유적내 팔미라호텔에는 정통 시아파 회교도들로서는 꿈도 못꾸는 술판매까지 허용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헤즈볼라의 이같은 변신은 중동 정세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에 이어 마지막 남은 아랍권의 맹주 시리아마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평화회담을 벌이는등 화해무드가 조성된 때문이다.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선 헤즈볼라가 때로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다는 지혜를 터득, 대대적인 이미지 개선에 나선 셈이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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