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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마지막 교훈되게(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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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마지막 교훈되게(화요세평)

입력
1995.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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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우리 국민이 겪은 충격적 인재사건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이번 삼풍백화점 붕괴사건만큼 두고두고 분격과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사건은 없었던 것같다. 그래서 사건 발생후 10여일이 지난 지금에도 신문과 방송이 그에 관한 보도와 논평을 끊임없이 다루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 역시 이 사건에 관하여 무엇인가 이야기하지 않고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심정이다.그런 심정에 빠지는 까닭은 우선 참변의 규모와 양상에 있을 것이다. 1천명을 훨씬 넘는 사상자를 냈다는 것도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이유의 하나가 되겠지만, 그 극한 상황에서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장시간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잠시 생각만 해봐도 눈물이 앞을 가리게 됨을 억제하기가 어렵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도 언제 그런 참변을 당할는지 모른다는 절박한 불안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설마하는 요행심리와 나만 조심하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자신감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나도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빈발하는 대형사고와, 잘 아는 사람 혹은 자기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사건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됨에 따라 이제는 같은 운명이 바로 자기에게도 곧 닥칠 것만 같은 느낌을 갖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세번째로 들어야 할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그 사건의 원인을 발생시키는데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여한 사람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부정부패가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지만, 이번 일에 책임있는 관련자들의 행동은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 하고 아연실색할 정도로 파렴치하고 뻔뻔스러워서 누구나 최고의 형벌을 주어도 시원치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같은 우리 민족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과 자기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말해서 해방후 반세기에 걸쳐 누적된 비리에 뿌리를 둔 인재사건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인간의 마음을 바로잡고 지적 풍토를 쇄신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로 되어 있는 종교계·학계·언론계·교육계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책임은 사회구조, 특히 행정기구의 숙정을 담당하기로 되어 있는 정치가와 행정관리, 그리고 경제인에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동안 정치권력과 행정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한 자들과 그들의 시녀역할을 수행한 자들의 죄가 가장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시정하는 길은 국민, 특히 생산적이고 자주적이며 책임성이 강한 계층의 뜻을 규합하여 총체적인 의식개혁과 체제개혁을 과감히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이 짧은 글에서 자세히 논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으므로 여기서는 이 사건에 직접 관련된 해결책에 대해서 사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적는 것조차 주저하게 되는 일이지만, 이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해서 물질적·정신적 보상을 충분히 그리고 성의껏 베풀도록 최대의 노력을 하는 동시에, 사건의 사법적 처리에 완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전을 기한다는 것은 정치권력이나 금권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의 적용을 엄격하게 실천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 혹은 국회에 국민생활 안전보장을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하여 대형사고의 미연방지를 위한 제도적 조치를 취하는 한편,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진상을 다각적으로 조사하여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요망된다. 이에 관련해서 안전백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셋째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고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환경개선 또는 도덕성 함양에 연결시켜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한 가지 더 첨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번에 희생된 사람들과 가능하면 과거에 대형사고로 숨진 희생자들까지 포함해서 위령탑을 세우고 합동위령제같은 행사를 거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와 병행해서 학교와 사회교육기관 그리고 신문·방송·잡지·영화등 대량통신매체를 통해서 사고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요망된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날을 사고방지의 날로 정하여 특별행사를 갖는 것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서울대명예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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