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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석군 극적구출 순간(삼풍참사 기적의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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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석군 극적구출 순간(삼풍참사 기적의 생환)

입력
199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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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구나…” 온 국민 환호/인간승리 2백30시간… 휴일의 낭보/참담한 심경에 「희망의 빛」기적은 먼데 있지 않았다. 휴일인 9일 잠에서 깬 국민은 최명석(20·수원전문대 2년 휴학)군의 기적같은 생환드라마에 귀를 의심했다. 내자식, 내형제가 살아온 것 같은 환호와 열광으로 우울한 장맛비가 일순간에 걷히는 듯한 휴일의 낭보였다.

『살아나가서 꼭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일념으로 버텼습니다. 한 닷새 잠을 자고 나온 것 같습니다』 구조대의 들 것에 실려나온 최군은 믿기 어려울만큼 의연하고 건강했다. 기적은 마지막 순간까지 절망을 거부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임을 그는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매몰현장에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날 상오 6시20분께. 굵은 빗줄기 속에서 철야작업을 마친 구조대원들이 교대하려는 순간이었다.

『여기 사람있어요. 살려주세요』 콘크리트 구멍 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음성이 막 철수하려는 구조대원 김명완(31)씨의 발길을 잡아 끌었다. 시루떡처럼 포개진 콘크리트 상판 속에 들려온 것은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현장은 일순 얼어붙은 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출렁였다.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전 구조대원이 몰려들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살아있음을 모든 사람에게 증명하듯 구멍 속에 집어넣은 나뭇가지를 천천히 그러나 힘차게 잡아당겼다.

이후 두시간동안 최군을 구출하기 위한 피말리는 작업이 이어졌다. 일분일초가 10년 20년처럼 구조대원들에게는 느껴졌다. 지하에 매몰됐을 2백50∼3백여명 실종자 가족들의 희망이 구조대원들의 삽질 하나하나에 달려있었다.

최군이 드디어 윗옷을 벗어제낀 건강한 모습으로 눈을 가린 채 들것에 실려나왔다. 『명석아. 엄마다』 『엄마 저는 괜찮아요』 아들을 찾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현장 부근 삼풍주유소에서 기거해오던 최군의 부모는 아들의 목소리에 반신반의했다.

최군은 강남성모병원에 옮겨진 후 보도진들에게 인터뷰를 자청할 만큼 건강했다. 『빗물과 빈 사과박스 종이를 뜯어먹으며 살았습니다』 최군의 기적은 꼭 1주일전 71시간만에 구조된 후 병원에서 숨지고 만 이은영(21·백화점 아르바이트근무)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국민의 허탈한 심정과 삼풍참사의 분노를 한번에 보상해주는 것 같았다.

제2의 최군은 없을까. 최군의 인간승리는 실의에 빠진 실종자 가족과 국민에게 한줄기 희망과 용기의 촛불을 켠 휴일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최서용·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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