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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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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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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근심이나 걱정을 기우라 한다. 기인우천의 준말이다. 중국 주나라때 이웃에 기라는 조그만 나라가 있었는데 한 사나이가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으로 침식까지 끊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친구가 「하늘은 맑은 공기가 있을 뿐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고 타이르자 사나이는 「해와 달, 별은 떨어지지 않을까」 「땅은 꺼지지 않을까」하며 계속 몸을 떨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친구가 한마디했다. 「모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라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다는 걸 모두가 믿고 있지 않은가. 자네만 빼고 말이야」 ◆삼풍백화점 참사가 일어난지도 열흘이 지났다. 피해가 커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충격과 슬픔이 국민의 가슴속에 마음의 병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불안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다리, 지하철, 공사장을 지날때뿐만 아니다. 신도시주민들은 잠자리까지 불편해졌고 자녀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도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이번 사고가 있은 뒤 한 연구소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안전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그결과 전체의 44.5%가 아파트를 가장 불안한 구조물로 꼽았다. 그밖은 지하철(22.9%) 다리(8.5%) 고가도로(6.0%)의 순이었고 68.4%가 「백화점 가기가 겁난다」고 했는가 하면 23.6%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엔 볼 수 없던 불안의식이다. 이러다간 한우란 새낱말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기우」와 「한우」사이엔 엄연한 차이점이 있다. 「기우」가 실현불가능한 것이라면 「한우」는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 「한우」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하나뿐이다. 곧 안전이 보장되고 국민이 이를 굳게 믿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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