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지난 6·27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의 하나는 자만이었다고 스스로 분석하고 있다. 출범 초기 개혁 선풍을 타고 독점하다시피 했던 지지를 과신한 나머지 독선 독주에 빠진 것이 국민과 멀어지게 된 까닭의 하나라고 뒤늦게나마 반성하는 기색이 역력하다.정치란 쉽게 말해서 자기 편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자당은 같은 식구로 함께 살던 김종필씨를 밖으로 내쫓았다. 김씨의 지지 세력이 한데 뭉쳐 자민련이란 정당을 만들었고 그 정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민자당에서 볼 때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책이었다.
그런데 그 뼈아픈 여당의 실수를 야당이 지금 되풀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안타깝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민련이란 제3의 정당이 하나 분화하더니 지방선거가 끝나자 또하나 제4의 정당이 불거져 나온다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선거를 전후해서 이처럼 정치인들이 철새처럼 우르르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 좋지 않다. 이념이나 정책이 다르다고 해서 헤어지고 모이는 것도 아니고 오직 특정인을 좇아 왔다 갔다 하는 보스정치의 전근대성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다.
여당이 둘로 쪼개진데 이어 야당마저 분당의 길로 간다면 결국 비슷비슷한 색깔의 정당이 넷씩이나 출현하는 셈이다. 그렇게 될 경우 정국운영은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된다. 즉 정치불안이 전보다 더욱 가중된다는 말이다.
민주당의 김대중씨계와 이기택씨계간의 대립갈등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줄은 모두가 다 아는 바다. 그러나 그런대로 두 계파가 공존 공생하는 체제에서 이번 선거를 전례없는 승리로 이끌었다. 정말 모두가 놀란 뜻밖의 성과였다.
야당의 대승은 어디서 온 것일까. 민주당이 잘해서일까. 이 질문에 대해 민주당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돈봉투 폭력사태나 악화일로의 내분등 야당 스스로가 저지른 악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야당이 얻은 대승은 여당의 잘못에서 빚어진 반사이익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민자당의 자체 분석처럼 여당이 미워서 때린 국민의 회초리였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야당이 예뻐서 그 많은 지지표를 민주당에 몰아 주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오산에 근거해서 오만에 빠지면 멸망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자당이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실수를 민주당이 그대로 답습하는게 아닌가 염려스럽다.
혹시 이번 선거의 지지를 너무 믿고 자만에 도취되어 헤어져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한번 더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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