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불똥 어디까지” 정가긴장/이회장,회사돈빼내 로비용자금 조성/장부 등 직접챙기고 비밀서류 찢어없애/백화점관련 로비비용 10억원이상 추정「부실왕국」 삼풍백화점의 버팀목이 서초구청·서울시등 관청에 대한 무차별 로비였음이 속속 확인되면서 삼풍경영진의 비자금조성과 사용처에 대해 수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검·경은 이준(73·구속)회장과 이한상(42)사장등 경영진들이 이 검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부패커넥션의 전모를 규명해 줄 명단이나 비장을 찾아내지는 못한 상태이다. 특히 6일 이회장 자택과 삼풍건설산업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예금통장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데서 알 수 있듯이 이회장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회장이 로비용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관계 고위인사들까지 「관리」했다는 사실은 장부조사와 삼풍측 직원들의 진술, 정황증거등을 통해 점차 구체적인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경은 우선 삼풍건설산업등에서 압수한 현금출납부등 장부 조사결과 「회장 가불금」항목으로 빼낸 돈이 수억원대에 이르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한번에 수백∼수천만원씩 당좌수표등으로 빠져나간 「회장 가불금」은 10여차례나 이계좌 저계좌를 돌며 입출금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나 공무원들에게 뇌물로 주기 위해 돈세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회장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의 인맥을 이용, 정·관계에 막대한 로비를 해왔다는 「혐의」는 우선 서초구청 주택과직원 정지환씨등 구속공무원과 회사간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광만 전무는 조사에서 『정지환씨등 공무원들에게 준 돈은 이회장이 직접 꺼내준 돈이며 이회장이 회사공금을 빼내 억대의 비자금을 조성, 당시 구청장등에게까지 한번에 2백만원 정도씩 정기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회사자금 운용에 전권을 쥐고 있는 이회장은 로비자금을 철저히 경리실 측근만 아는 선에서 집행, 조성한 전체 비자금의 규모가 어느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고 있지않다. 심지어 아들인 이사장마저 자금집행 과정에서 배제될 정도였다. 이사장은 『자금에 관한 한 아버지가 전권을 행사해 로비자금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장은 특히 비자금 장부등 중요서류를 직접 챙기면서 비밀을 요하는 메모는 그때그때 찢어버리는등 용의주도하게 보안에 신경써 왔다.
그러나 이전무등의 진술로 미루어 볼 때 최소한 삼풍백화점과 관련해서만도 10억원 이상이 쓰여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선 구청장등에 대한 정기 「인사」가 최하 2백만원 선이라면 이것만해도 누적액수가 억대를 넘어서는데다 「일」이 있을때는 한번에 천만원대의 뭉칫돈이 건네지는 업계 관행으로 미루어 비자금 액수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이밖에 시청의 고위간부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계인사들에 대한 「관리비」까지 합친다면 액수는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관계자는 『이회장의 비밀계좌를 찾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상당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회장의 계좌추적 결과 검은 돈이 서울시는 물론 정치권으로까지 흘러간 흔적이 발견될 경우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김승일 기자>김승일>
◎정관계유착 규명 결정적근거/검경 “「이회장 리스트」 찾아라”/사업과정 파격특혜 “상당한 로비” 확신/핵심자료는 빼돌려 계좌추적 간접파악
「이리스트」는 과연 있는가.
삼풍백화점의 개설허가에서부터 무단 증·개축, 설계·용도변경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불법행위가 시종 파격적인 특혜조치로 묵인·방조돼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리스트」의 실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엄청난 삼풍로비력의 전모가 담겨 있을 이 「이리스트」야말로 붕괴참사를 빚어낸 부실의 근원적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 줄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검·경이 「이리스트」의 실체에 상당한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은 삼풍측이 통상 관행 이상의 특혜조치를 계속 누려온 사실과 함께 이회장의 남다른 경력에 근거하고 있다. 이회장은 이미 알려진대로 육군중령 예편후 3공때 중앙정보부에서 6년 이상 근무하면서 이때 쌓은 인맥으로 삼풍의 전신인 동경산업등 사업을 운영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실등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합동수사본부는 당초 삼풍백화점과 관련 공무원들의 유착비리를 수사하면서 일선실무선과 주변부에서부터 혐의를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한뒤 지휘계선을 따라 핵심에 접근하는 전형적인 수사기법을 채택했다. 그러나 사건발생 일주일을 넘기도록 수사대상자의 신병확보조차 지지부진하고 소환, 검거된 실무공무원들도 결정적 사항에 대해서는 『아는바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수사진전에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삼풍간부들도 『일선 구청장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접촉은 이한상 사장과 이광만 전무가 담당했으나 그 이상 선에 대한 로비는 이회장 몫이었다』 『특히 자금관련 업무는 철저하게 이회장 혼자 전권을 행사해 아들인 이사장조차도 접근할수 없었다』라고 진술해 수사가 벽에 부딪친 상태였다.
이에 따라 검·경은 사건의 핵심인 이회장의 정·관계 유착관계를 곧바로 겨냥, 정면돌파하는 방식으로 수사체제를 대폭 전환하고 지난 6일 이회장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날 압수수색의 주요목표가 바로 「이리스트」였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검·경은 예금통장과 경리장부등 일부 관련자료만을 확보하고 상당수의 핵심자료가 이미 빼돌려진 사실만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검·경은 예금계좌 추적등 간접적인 방법으로도 어느정도 이회장의 정·관계 인맥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회장이 마지막 순간에 몰려 재기불능의 상황임을 인식, 자포자기의 심리상태에서 로비의 전모를 털어놓을 가능성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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