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생명 상관 없다” 의식여부 규명 초점/미 「무모성」 개념 등 외국법이론 수집 나서삼풍백화점 붕괴참사로 구속된 이준(73) 회장과 이한상(41) 사장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추가 적용돼 기소될지 여부가 법조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신광옥 서울지검 2차장)는 일단 이회장 등 2명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추가를 적극 검토하기로 하고 관련 정황 증거를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관리·감독소홀 책임을 물어 이원종 전서울시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키 위해 독일의 법이론까지 동원했던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위해 외국사례 수집 및 법이론 구성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검찰이 국민법감정을 고려, 이회장등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추가를 위해 가장 유효적절하다고 보는 외국의 법이론은 미국에서 인정되고 있는 이른바 「무모성」 개념이다.
「무모성」개념이란 살인에 대한 주관적 의지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다 해도 인간생명에 대한 「극도의 무관심」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사망을 초래했을 경우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죽어도 좋다」는 의사를 갖고 있지 않아도 「남이야 죽든 말든 나는 모르겠다. 아무러면 어떠냐」는 의사나 태도를 보인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무모성 개념을 적용한다면 붕괴 조짐을 보고받고도 백화점내에 있던 고객과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대피시키지 않은 이회장 등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만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추가가 가능하다는게 검찰 분석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그러나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처럼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살인죄의 한계를 넘나드는 법리다툼이 치열한 사건에 대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행위주체자인 개인의 살인행위 또는 물적피해를 야기한 행위에 있어 고의성여부에 대해 판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이 경우에도 고의성의 구성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다만 70년 발생한 제주도 남영호 해상전복 사건은 사고 규모나 선주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와 매우 유사한 경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남영호는 폭풍우가 치는 기상 악조건속에서도 정원의 3배가 넘는 3백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제주도 서귀포항을 출발, 부산으로 향했으나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2백80여명이 사망했다. 당시 검찰은 남영호 선주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백명이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발생 후 민·형사상 책임을 지면 파산할 게 뻔한 상황에서 이를 감내하며 출항을 강행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수사중인 검찰이 내심 고민하는 부분도 이회장 등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할 경우 법원이 이를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검찰은 이회장 등이 백화점붕괴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외에도 이회장등이 「고객이 죽어도 좋다」는, 이른바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갖고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적용에 있어 지나치게 해석에 의존할 경우 법정신을 훼손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추가에 강한 집착 을 보이고 있다. 또 재야법조계는 『이번 기회에 검찰은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논쟁을 벌일 각오로 이회장등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추가해 기소,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며 검찰의 적극적인 법적용을 촉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황상진 기자>황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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