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문단에 시집이 풍성하다. 제1회 현대시동인상 수상과 동시에 강연호씨가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문학세계사간)를 묶어냈고 세계사 시인선으로 최승호씨의 「반딧불 보호구역」, 허연씨의 「불온한 검은 피」, 김승희씨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김형술씨의 「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 마종하씨의 「한 바이올린주자의 절망」등 시집 5권이 나왔다.김영태 김종해 오세영 오탁번 이수익 이승훈 정진규 박의상 이건청씨등 현대시동인 15인이 상금없이 제정한 상을 받은 강씨는 「비단길」 이후 두 번째로 낸 이번 시집에서 막막하게 흘러가는 초라한 삶을 안타까움과 회한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감추어둔 패가 없어/자리 털고 일어선 노름꾼처럼/막막히 오줌을 누면 내 삶도 이렇게 방뇨되어/어디론가 흘러갈 만큼만 흐를 것이다/흐르다 말라붙을 것이다…」(「저 별빛」)처럼 조로한 젊음의 기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는 아득한 그리움과 비애의 감정을 만화경같은 이미지의 시어들로 들려주고 있다.
최승호시인의 신작 시집은 산문시편들로 동·식물을 꼼꼼히 관찰해 그 미덕을 찾거나, 파격적으로 재해석하는 묘미를 보여준다. 김승희시인은 원초적 자아가 가진 야성미와 억압을 벗어나려 하는 본능의 힘을 유쾌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시어의 결합으로 표현하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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