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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어떻게 될까(김일성 사망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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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어떻게 될까(김일성 사망 1년)

입력
1995.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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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물꼬 텄지만 진전은 미지수/경수로 수용 등 일단 관계개선 움직임/일부선 “북 전술적 변화 불과” 신중론도 8일로 김일성이 사망한지 1년이 된다. 북한의 중앙방송과 평양방송등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주석인 김일성 동지가 8일 새벽 2시 급병으로 서거했다는 것을 비통한 심정으로 인민들에게 알린다』고 발표한 것은 사망 34시간이 지난, 지난해 7월9일 정오였다. 김일성사망은 49년째를 맞은 조국분단사에 한획을 그었고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남북관계를 급반전시켰다.

 지난 6월 베이징(북경)에서 남북한이 차관급 회담을 갖고 대북쌀지원문제에 합의한 것은 김일성 사후의 남북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이 배경이지만 우리측이 일관되게 제기해온 책임있는 남북당국자간 회담이 첫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같은달 13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서 타결된 북·미간 준고위급회담에서 한국형경수로 및 우리의 중심적 역할을 사실상 수용하는 현실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북의 대남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대외정책이 좀더 개방쪽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는 김정일후계체제의 공식적인 등장을 목전에 두고 있는 단계에서 나타나고 있어 남북관계가 급속히 진전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삼 대통령은 대북 쌀지원을 결정하면서 김정일이 공식적인 권력승계를 마치면 무산된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수 있을 것임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또 나웅배 통일부총리도 15일부터 베이징에서 시작될 제2차 남북간 쌀회담에서는 쌀문제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 관해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쌀지원을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희망과 의지는 북한의 수용태도 여하에 따라 정치·경제적 관계에서 남북이 급속히 접근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물꼬가 트인 남북관계가 계속 전향적인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미간 준고위급회담이 타결됐을 때에도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보여준 다소 신축적인 입장을 「전략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로 평가했다.

 우리와 무엇인가를 같이 해보겠다는 의지보다는 경제난 해결 및 체제유지의 필요성에서 나온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었다. 이 분석은 북한이 대외정책에서 미일과의 관계정상화를 서두르면서도 우리를 소외시키려는 기본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기초로 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쌀은 받아들이면서도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 정전협정에서의 우리의 당사자지위를 부정하고 심지어는 휴전협정의 일방적 파기를 위협하는 이중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성사후 일체의 남북대화를 거부해 온 북한은 1년내내 ▲김일성 조문파동 사과 ▲국가보안법 철폐 ▲미전향장기수 송환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왔다. 북한이 쌀회담에서는 이같은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나 언제 어느때 이같은 대화의 장애물을 다시 들고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의 대남정책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최고권좌에 오른 뒤에야 판단할 수 있을것으로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김정일 후계체제가 완성된 이후에도 북한의 전술적인 변화는 유지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북한의 전술적 변화를 전략적 변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대북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고태성 기자>

◎북한군부 동향과 전망/김정일 군 우대정책 통수권 장악/오진우 사망불구 내부동요 안보여/권력승계 향방 큰 영향 못줄듯

 김일성 사망후 1년동안 북한 군부내의 가장 큰 변화는 오진우의 죽음이었다. 지난 2월25일 숨진 오진우는 북한 권력서열 2인자이며 김정일의 첫째 후견자였다.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였던 그는 당정치국 상무위원, 인민무력부장, 당중앙군사위원, 국방위원회 1부위원장,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 등 5개의 고위직을 가진채 죽었다. 이밖에 국방위원 주도일 차수, 인민군대장 김리창, 당중앙위원 이봉춘대장, 당중앙위원 백창식 상장 등도 사망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오진우등의 자연사는 군부내 인적 변동의 계기로서는 중요한 변화이나 김정일의 권력승계등 북한정치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일의 권력승계 향방을 좌우할 중대 변수로 군부를 꼽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정일이 군권을 포함한 권력구조를 완전 장악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김정일이 군부의 자발성 충성을 얻어내기에는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모자란다는 점을 근거로 군권장악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김정일이 74년 「3대혁명 소조운동」의 소조요원을 군부내에 침투시켜 군부통제를 시도한 이래 20여년간 군권확보및 군우대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온 것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경제난에도 아랑곳 없이 건군일이나 전승기념일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했으며, 제대군인들에게 대학진학 우선권을 주는등 군부의 사기 높이기에 주력해왔다.

 군사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의 통치구조가 군부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당·군일치 체제임을 지적한다. 당 절대우위의 구조에서 당직을 함께 가진 정치군인들인 북한군부가 독자적 행동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오진우가 오랫동안 권력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김일성부자에 대한 절대충성 덕분이었으며, 그러한 사정을 잘 아는 군부 실력자들이 함부로 움직일리 없다는 해석이다.

 군사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오진우의 후임 인민무력부장에 총참모장 최광(75) 차수를 임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신의 측근으로 알려진 오극렬 당작전부장, 이하일 당군사부장, 김두남 전당군사부장등을 무리하게 발탁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혁명세대인 최광이 인민무력부장에 오르더라도 상징성이 큰 만큼 자연적인 세대교체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손태규 기자>

◎특별기고/북한 어디로 갈 것인가/경제난 타개·체제안정 목표/대미·대일관계 개선 지속 추진/남북경협 제한적 수용 가능성

 김일성 사망후 1년이 경과했다. 지난 1년동안 북한은 유훈통치라는 명분으로 김일성의 권위에 의존하면서 통치이념, 경제문제, 핵협상 등의 부문에서 김정일의 공식승계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김일성에 대한 주민들의 애도와 이에 대한 김정일의 배려 때문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공식취임지연의 근본적 요인은 건강문제, 북한이 직면한 대내외 위기상황, 북·미관계개선의 지연 등 여러가지 요인이 상호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김정일 정권의 공식출범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80년대 이후 김일성의 신정체제 아래서 후계체제를 구축해온 김정일의 권력승계에 대한 도전의 조짐은 아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누가, 어떻게 권력을 승계하느냐 하는 것보다 새로 등장하는 신정권의 정책추진방향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실체와 당면한 남북한의 현실상황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 외부세계의 급변으로 개방과 개혁의 압력을 받으면서 동시에 그들 체제유지를 위한 내부단속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적 갈등 속에 있다. 북한은 이제껏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당과 수령 그리고 인민대중이 삼위일체가 된 국가체제와 다른 한편으로 남북한 분단의 특수상황을 이용한 냉전 이데올로기의 강화를 통해 정치·군사적 대결체제를 고취시키면서 그들 체제를 관리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그동안 국제환경의 변화로 야기된 고립의 탈피문제와 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력, 주민들의 사상적 일탈행위방지, 파탄직전에 놓여 있는 경제위기의 극복문제 등 발등에 떨어진 급박한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 등장하는 김정일 체제가 이같은 변화의 촉진요인과 억제요인이 복합작용을 하는 가운데 북한체제를 금후 어떤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을 이념과 체제, 대외적 고립의 탈피와 경제위기의 극복, 그리고 남북관계개선 등 세가지 측면에서 전망해 본다.

 첫째, 체제개혁에 있어서는 북한사회 내부에서도 현재 실용주의 사고가 싹트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주체사상을 부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지도부의 출현이나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조직적으로 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현체제를 유지하면서 권력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위로부터의 점진적 개혁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둘째, 국제적 고립과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중국과 공조관계를 강화하고 핵카드를 활용한 대미, 대일 관계 개선에 전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미·일과 관계개선을 한다고 해서 전면적인 정치·사회적 개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과거의 적대관계 완화를 통한 경제적 이득의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남정책에 있어서 남북대화와 남북관계개선은 대미·일 수교와 표리관계에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라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나 기본적인 자세의 변화가 없는 한 생산적인 결과를 단기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제안정을 위한 내부단속에 영향을 주지않는 범위내에서 직교역 확대나 다자간 경제협력방식을 통한 남북경제교류협력에 응해올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북한의 이중전략, 즉 선전차원의 평화공세와 전복차원의 통일전선전술이라는 전략적 이중성의 수명이 향후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남북관계가 실제로 통일에 좀더 접근해 가는 방향으로 조정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가능성 여부를 탐색하는 시험단계에 있는 북한은 예상 밖으로 빨리 온 공산권의 붕괴와 이로 인한 정세변화의 충격에 적응할 수 있는 사전준비가 없었다. 처음부터 남조선혁명이 체제유지의 명분으로 굳어져 왔기 때문에 그와 같은 명분의 대체가치가 갑자기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병용 민족통일연구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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