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주석승계후나 가능할 듯/작년 「김 사망」으로 연기 북선제의 마땅/성사 되더라도 장소·의제 설정 어려움 그 이후 조문파동등 우여곡절이 있었고, 남북 최대현안이었던 북한핵문제는 제네바협상 타결로 한고비를 넘겼다. 올해 들어서는 콸라룸푸르에서 경수로협상이 타결됐고 우리정부는 북한에 무상으로 쌀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반도 주변상황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가운데 김일성이 없는 북한은 국가주석이 공석인채 김정일 체제로 굴러가고 있다. 김일성 사후 1년과 앞으로의 전망을 종합해 본다.<편집자 주>편집자 주>
남북 정상회담 성사여부는 일단 북한측에 달렸다는게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김정일이 실제로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해도 공식적으로 회담의 상대가 될 주석직이 공석인 상태에서 회담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7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해 놓고 김일성 주석 사망이라는 「북한측의 사정」으로 회담이 연기된 이상 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북한측이 먼저 제의를 해와야한다고 말한다. 김영삼 대통령도 이같은 입장을 여러차례 표명해왔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대북쌀지원문제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시기가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김정일비서가 주석으로 승계하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김일성주석의 유훈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그때 공식석상에서는 처음으로 「김정일 비서」라는 호칭을 사용하는등 정상회담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또 지난달 24일자 미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일이 주석으로 취임한 뒤 정상회담은 자연스럽게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정상회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말하고 있는 이유는 경수로회담의 타결, 대북쌀지원등으로 북한이 더이상 한국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생존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장기적 관측에 따른 것이다. 김대통령도 이와 관련, 『한국은 강자의 입장에서 북한을 최대한 도울 것이며 북한을 진정으로 도울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는 것을 북한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서두르는 인상을 주지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공은 북한측에 넘어가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김대통령이 7월 워싱턴을 방문할 때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식제의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왔을 때도 청와대측은 『그것은 다분히 미국측의 희망적인 관측이 깔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자세는 내년 총선을 노려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음모적 시각」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러나 단시일내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냐는데 대해서는 정부내에서도 비관적 견해가 적지않다. 설사 북한측이 정상회담을 제의해온다해도 지난해의 합의사항과는 별도로 원점에서부터 실무접촉을 다시 해야하기 때문이다. 우선 장소문제만 해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정치적 무게가 다른만큼 김대통령이 먼저 평양을 방문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북한핵문제 타결이라는 남북의 「공통분모」가 있었지만 현재로는 남북경협, 이산가족, 평화협정등 회담의 성과로 내놓을 의제가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정상회담의 성사는 북한이 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할 때야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게 맞을 것같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정상회담 개최라는 명분적 당위성을 피해가기 위해 김정일이 주석승계를 늦출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신재민 기자>신재민>
◎언제 주석직 승계하나/1년 동안 취임 임박설만 무성/우상화 작업·북미관계 다진 뒤/“올 10월10일 전후” 관측 유력
1년전, 김일성이 갑자기 사망하자 세계의 모든 이목은 한반도 북쪽의 마지막 「세습왕조」에 집중됐다.
처음 관심의 초점은 김일성이란 또 하나의 절대군주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이었겠지만 그것은 이내 김정일이란 유일무이한 후계자에게로 돌려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는 동안 일말의 기미나 단서만 보였다 하면 예외없이 「김정일 권력승계임박」이란 추측들이 쏟아져나왔다. 가끔씩은 「김정일 공식승계 왜 늦어지나」하는 분석들도 양념처럼 곁들여졌다.
그러나 세인들의 이같은 관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새 체제의 공식출범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1년을 보냈다.
지금까지 모든 정황들을 살펴보면 북한의 차기 최고권력자는 김정일 이외에 달리 대안이 없는 것으로 굳어졌다.
북한은 지금까지 김정일의 공식승계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를 김일성에 대한 주민들의 애도분위기와 이에 대한 김정일의 배려 때문이라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은폐하기위한 하나의 명분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의 공식취임이 지연되는 본질적 요인은 건강문제와 북한이 직면한 대내외적 위기상황, 북·미관계개선속도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위장병 심장병 당뇨병 만성신부전증등 복합적인 성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대군주를 갑자기 잃은 사회주의국가에서 그 후계자의 건강악화는 거의 치명적이라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공식승계가 늦어지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은 또 정치적으로는 핵문제등으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돼 있으며 심각한 식량난과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위기의 탈출구로 생각하고 있는 북·미관계 개선도 계속 불투명한 상태로 지연돼왔다.
따라서 김정일의 공식승계 시기는 이 요인들이 소멸되거나 약화되는 시점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애도기간 종결 ▲건강회복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시기등과 연관지어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년동안 이같은 장애들을 극복하고 승계체제를 공고히 하기위한 다각적인 정책들을 펴왔다. 우선 핵협상을 매개로 미국과의 관계개선, 북한체제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 한·미동맹관계 약화, 북·일수교에 주력하면서 김일성 사후 북한체제의 생존을 위한 대외적 기반을 확보하고자 했다.
또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정당화하기위해 부자간 카리스마의 전이를 적극 추진해왔으며, 동시에 그의 지도자적 자질을 부각시키는 우상화 작업도 계속 강화시켜왔다.
지난달 17일 당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당사업 31주년에 즈음해 「김정일 동지를 변함없이 당의 최고 수위에 높이 모시자」는 내용의 논설을 게재, 권력승계 시점이 무르익어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김정일의 건강은 지난해말과 올해초에 비해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일성 사망 1주기인 8일로 애도기간은 끝날 것으로 보인다. 북·미연락사무소 설치도 올해안으로는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들을 근거로 대다수 북한전문가들은 김정일의 공식승계 시기를 8일 이후 10월10일 사이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당창건기념일인 10월10일 전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가장 유력하다.
이 경우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직중 어느 한 자리만 차지할 것이란 분석도 있으나 결국은 두 자리에 동시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순서를 따지자면 당총비서직이 먼저다.
이는 아직 북한방송이나 공식행사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내부조직에서 연습용으로 보급되고 있는 「축하의 노래」 1절이 김정일이 노동당총비서에 취임한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2절은 국가주석으로 추대됐음을 과거형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사인/공식적으론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쇼크사/주석궁 아닌 묘향산 별장서 사망 신빙성
「94년 7월8일 새벽 2시, 묘향산 주석특각(별장),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쇼크사」
김일성의 사인과 관련해 나온 몇가지 설 가운데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용이다.
이는 사망 다음날인 9일 정오 북한당국이 특별방송을 통해 발표한 내용과 비교해볼 때 장소만 평양의 주석궁(금수산의사당)으로 다를 뿐 시간이나 사인은 일치한다.
하지만 김일성이 사망한지 1년이 됐는데도 정확한 사인이나 사망장소 시간등은 여전히 베일속에 가려져 있다.
통일원등 정부당국도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의 사망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는 김정일 경호요원의 총에 맞았다느니, 자연사가 아니라 사고사일 가능성이 높다느니 하는 다소 터무니없는 추측들까지 흘러나왔다. 사망 일시도 8일보다 훨씬 전인 같은달 2일이었다는 설도 있었다.
그러나 사망직전 주석궁에서 1차로 의료진을 태운 헬기가 묘향산을 향해 이륙했다가 악천후로 추락했다는 믿을만한 정보가 여러 첩보채널을 통해 입수됐다.
러시아 주간지 모스코프스키에 노보스치 최근호는 당시 헬기조종사가 이때문에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망직전 김일성이 남긴 경제관련 유훈이나 현지지도 내용등이 추가로 확인됨에 따라 「8일 묘향산 사망설」은 더욱 사실로 굳어져가고 있다.
김일성은 이곳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던중 과로로 숨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시신 어떻게 보존됐나/러 첨단방부기술 동원 미라 형태로 처리/아르곤 주입 유리관에 넣어 주석궁 안치
김일성 시신은 미라로 영구보존된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노동당중앙위 당중앙군사위 국방위원회 정무원등 최고권력기관을 총망라한 공동명의로 결정서를 발표, 김일성이 집무해 온 주석궁(금수산의사당)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이름을 바꿔 최고성지로 삼고 김일성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이곳에 영구 안치키로 결정했다고 공식발표했다.
김일성은 구소련 레닌과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모택동), 불가리아의 게오르기 디미트로프, 체코슬로바키아의 클레멘트 고트발트, 베트남의 호치민, 앙골라의 네토에 이어 미라로 처리된 8번째 국가지도자가 됐다.
김일성의 미라처리는 러시아의 생물구조연구소(일명 레닌연구소)의 전문가 3명이 지난해 8월부터 북한에 체류하면서 극비리에 작업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임바밍」(EMBALMING)이라는 최신방부기술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기술의 핵심은 포르말린과 아르곤가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혈관에 주입된 포르말린은 방부제역할 외에도 단백질을 고정시켜 시신이 흐물거리는 것을 막아준다. 시신이 누워 있는 유리관 속에 주입된 아르곤가스는 세균번식에 필요한 산소를 없애준다. 아르곤가스는 산소보다 무거워 유리관 속에 이를 주입하면 산소가 모두 빠져나가 시신의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 또 미라로 공개된 레닌처럼 김일성의 시신 역시 피부색깔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고도의 색소처리기술이 도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의 시신은 가로 세로 각 10m정도의 대형 유리관에 안치돼 평소에는 지하 30m지점에 두었다가 공개될 때만 자동장치로 지상에 올려질 것으로 전해졌다.<송영주 기자>송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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