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만으론 한계… 운영자 직접 체형/시공자에 “채찍”… 건설산업 위축 우려도 부실시공 및 안전관리미흡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어떤 형태로든 고의성이 있을 경우 관련자 모두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키로 한 정부의 방침은 더 이상의 대형참사를 막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풀이된다. 정부는 91년 3월 팔당대교붕괴 이후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에 이르기까지 대형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대대적으로 제도적인 보완책과 사고방지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삼풍백화점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은 예상외로 조용했다.
최근 들어 대형사고가 한 두건이 아니었고 이 때마다 나온 대책이 사고의 원인과 결과를 따져 정성들여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삼풍백화점붕괴참사 후에는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더 이상 개선하거나 보완할 것이 없고 더 이상 내놓을 것도 없다는 속사정 때문이다.
제도 개선책을 내놓아도 과거의 부실때문에 삼풍백화점과 같은 참사가 되풀이 될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어 제도개선을 통한 또 한번의 「특단의 대책」은 마련할 수 없다는 고민도 컸다.
정부는 이 때문에 약효를 상실한 제도개선 보다는 사고를 일으킨 사람을 체형으로 다스림으로써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완벽한 제도를 만들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에 문제가 있으면 화를 부르게 된다는 정부의 오랜 주장이 무기징역 처벌방침에 깊게 깔려있는 것이다.
부실방지를 위한 수단을 채찍에서 칼로 바꿔 쥐게된 데에는 성수대교붕괴사고 관련자들이 잇따라 집행유예등으로 풀려나면서 비난이 일고있는데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관련자들을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은 점도 있다.
정부는 부실사고 관련자들을 종신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앞으로 부실시공은 물론 기존 건물에 대한 안전관리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백명의 인명피해를 내도 최고 5년이하의 징역이나 최고 5천만원의 벌금만 내면 「부실 살인범」은 무사했으나 이제는 기업인들이 잇속을 차리기 위해 남은 인생을 걸 수는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김건호 건설지원실장은 『설계 시공 감리등 건설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한명의 잘못으로 전체가 종신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건축전반에 대해 모두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철저한 직업의식이 뿌리 내리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정부는 또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에 따른 부당한 압력이 자취를 감추고 각종 비리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인 안전관리 부재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 지은 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가 발생해도 관련자는 예외없이 엄벌을 받게 돼 건축주는 물론 시공자들도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발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D건설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사고로 인명피해가 나면 업체의 관계자가 잠시 옥살이를 하면 문제가 해결됐으나 이제는 사정이 크게 달라져 회사내부에 벌써부터 긴장감이 돌고 있다』면서 『평직원들 사이에서도 현재까지 지은 시설물들을 일일이 점검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회사고위층의 명령이라도 부실시공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경우 밑으로부터 거부당할 것이 분명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처벌강화 방침이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여러 여건과 충돌할 경우 역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설계 시공 감리의 단가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에 못미치는 현실에서 완벽한 공사만을 요구할 경우 상당수 업체가 도산,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건설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건교부도 이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기징역방침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안전시공을 할 수 있도록 공사단가 인력등을 현실화하는 대책도 동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달 하순부터 전격 시행될 부실에 대한 무기징역형이 가져올 건설업전반의 변화가 주목된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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