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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스타일(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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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스타일(장명수칼럼)

입력
1995.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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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대통령은 5일 『이번 선거결과는 국민의 뜻이고 하늘의 뜻이므로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이는 국민이 민자당에 보낸 무서운 채찍이며, 전적으로 내 부덕의 소치다』 라고 말했다. 6월 27일 지방선거를 치르고 28일 결과가 나온지 8일만에 그는 공식적으로 「참패」를 인정했다. 그는 6월 28일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공명선거를 이끌어 선거혁명의 기틀을 마련한 것에 보람을 느끼며, 당정이 책임질 일은 없다. 이번 선거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지역감정이다』 라고 주장했었다. 지난 8일사이 대통령은 왜 생각을 바꿨을까.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민심을 파악했다고 하는데, 4일 민자당 당무회의도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날 당 중진들은 온갖 비판과 자성을 쏟아 놓았는데, 그 강도는 야당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이 정부는 국민에게 오만하게 비쳤다』 『김대통령은 개혁의 방향은 잘 잡았지만, 정책집행의 감각·자세·스타일에 문제가 있다』 『청와대 비서관중에 암적인 존재가 있다』 『67세의 정원식씨를 서울시장후보로 추천해 놓고 세대교체를 주장하니 무슨 설득력이 있나』… 등등의 성토가 막혔던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후 30개월동안 공직자 재산공개·금융실명제·부동산실명제·음성적인 정치자금 추방등 굵직굵직한 개혁을 추진해 왔다. 개혁의 방향은 옳았으나, 그의 스타일에는 문제가 있었다. 반김영삼 정서의 가장 큰 요인은 정책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스타일에 대한 염증이었다. 지나친 비밀주의와 깜짝쇼, 심사숙고하지 않은 부적절한 결정, 아주 짧은 연설조차 원고에 의존하고 있는 언변 부족, 선거참패를 인정하는데 일주일이 걸리는 자만심과 고집, 군출신 대통령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이미지등이 취임초 90%가 넘던 높은 지지율을 좀먹어 왔다.

 대북 쌀지원에서는 그의 스타일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철저한 비밀회담, 발표에서의 과장과 흥분, 『외국쌀을 사서라도 북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돌출 발언등은 그동안 국민이 자주 보아온 스타일이다. 쌀회담에서는 수송선의 국기게양과 같은 중요사항을 구두합의하고, 그 내용을 수송선 선장에게 설명조차 안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 결과로 일어난 씨 아펙스호 인공기 강제게양 사건 역시 비밀주의등과 무관하지 않다.그동안 대통령의 인기를 좀먹어온 국민의 불만을 하나하나 해소해 가는 것, 그것이 민심이반에 대한 해결책일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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