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중봉쇄” 으름장… 중 지도부 고민 『낮잠을 자던 사자가 이빨사이로 들어온 쥐를 물고 있다』
홍콩의 한 언론이 최근 미국의 중국계 인권운동가 해리 우(58)를 구금중인 중국당국을 묘사한 말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 「쥐」를 덜컥 삼킬 경우 미국과 또 한차례의 격렬한 외교분쟁을 감수해야할 것 같다. 이 때문에 해리 우의 처리문제는 중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발단은 중국당국이 지난달 19일 카자흐를 거쳐 신장(신강)지역으로 입국하려던 해리 우를 전격 구속하면서 비롯됐다. 중국에서 반체제활동으로 19년간 정치수용소에서 복역한뒤 미국으로 귀화해 시민권을 취득한 해리 우가 제발로 중국에 들어와 체포된 것이다.
중국에 해리 우는 눈엣 가시같은 존재. 특히 그는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최혜국대우(MFN) 갱신을 앞두고 미의회에서 『중국은 정치범들의 신체 장기를 외국에 팔아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발언, 중국 정보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었다. 이와함께 미세관이 중국제 디젤엔진과 양가죽제품등 23종류 의 중국산 제품을 수입중지시킨 것도 해리 우가 『중국 복역수들이 강제노동으로 생산한 것』이라고 고발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해리 우의 이번 입국 목적도 미국의 애즈버리 흑연회사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흑연이 칭다오 정치범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통해 생산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 우는 이같은 사실이 입증될 경우 미의회에 중국의 정치범 인권상황을 고발할 계획이었다. 물론 입국당시 명목상 방문목적은 관광으로 돼있었으나 중국당국이 이를 믿을 리 만무했다.
해리 우가 「사자의 입속」으로 들어가며 믿었던 것은 미국의 여권 한 장. 설마 자신이 미국 시민인데 중국당국이 건드릴 수 있겠느냐는 일종의 호기였다. 하지만 그를 별러왔던 중국은 단번에 그를 구속해 버렸다.
이에대해 미국도 즉각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이다. 클린턴 미행정부는 내달말로 예정돼 있던 론 브라운 미 상무장관의 방중계획을 재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제시 헬름즈 미상원외교위원장도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에게 중국에 대한 압력을 계속 강화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윈스턴 로드 미 동아태차관보가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해리 우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 지도부도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보소식통에 의하면 중국 외교부는 그를 풀어주자는 입장이지만 국방부와 정보당국에서 그의 억류를 고집해 사태가 장기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해리 우 송환문제는 최근 리덩후이(이등휘) 타이완(대만)총통의 방미허용과 중국의 대파키스탄 미사일수출문제등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있는 미중관계에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음이 틀림없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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