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파리시장때 건설 특혜 의혹과 연관/쥐페총리도 연루… 정권기반 뒤흔들 “뇌관”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정권이 출범한 지 채 두달도 안돼 잇따라 터져나오는 과거비리 의혹 소용돌이에 휩싸여 휘청거리고 있다.
정국에 파문을 일으키는 최대이슈는 시라크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 공화국연합(RPR)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이 스캔들은 지난 3일 사법당국이 예심판사의 지휘로 RPR 중앙당사를 수색해 시라크의 개인비서이자 RPR의 비상임 회계담당관인 루이스 이본드 카세타의 캐비닛에서 관련 서류들을 압수하는 사태로까지 비화됐다.
이번 스캔들은 특히 시라크의 파리 시장 재임시절 시당국의 건설특혜 의혹과도 연관되는 것이어서 자칫 시라크에게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르 몽드지에 의하면 시라크가 파리시장으로 있을 때 그의 측근이었던 미셀 로생, 로베르 팡드로등 2명의 국장이 특정 건설업체들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받은 거액 커미션으로 RPR의 정치자금을 조성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RPR 중앙위원 출신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장 클로드 메리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지난해말 일부 신문에서 이와 관련된 보도가 처음 나온 뒤 사실여부를 집중 내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사 수색을 지휘한 에릭 알렌 판사를 중심으로 한 수사요원들은 그동안 건설업체 관계자등 30여명의 진술과 방대한 서류들을 검토한 끝에 최근 변칙 계약장부등 비리의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발견, 이날 전격적으로 당사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요원들은 당사수색후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시라크 개인비서 카세타를 조사하기 위해 자택을 찾아갔으나 행방을 감춘뒤였다.
사법당국과 RPR측은 당사수색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하루뒤인 4일 르몽드지 보도가 나가자 이를 시인했다.
이번 의혹은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아파트 임대 특혜의혹과도 무관치 않아 사태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리베라시옹지등에 의해 폭로된 아파트 임대특혜 의혹은 파리시가 시라크 시장 시절부터 최근까지 시소유의 고급 아파트를 정·관계의 실력자들에게 시가보다 25∼50% 싸게 임대해주었다는 것이다. 특혜의혹을 받은 인사중에는 시라크와 알랭 쥐페 총리, 장 티베리 현파리시장도 포함돼 있다.
보도에 의하면 시라크는 시중 임대료가 최소한 월 2만 프랑(3백만원)이 넘는 아파트를 1만1천프랑(1백65만원)에 임대받았으며 쥐페 총리는 이복형제와 전처 및 딸들에게 턱없이 싼 값으로 시소유 아파트를 임대받도록 주선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 정치권력과 사법당국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악의 경우 시라크 대통령의 정권기반마저 뒤흔들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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