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선거 영향주는 일체행위 금지/출구조사­통합선거법 제정의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거 영향주는 일체행위 금지/출구조사­통합선거법 제정의도

입력
1995.07.06 00:00
0 0

◎“비밀투표 침해” 엄격제한이 입법취지/“가족끼리 물어봐도 위법” 현실성없어현행 통합선거법은 철저한 투표의 비밀보장과 함께 투표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만한 일체의 상황들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투표자는 어떤 경우에도 누굴 찍었는지를 밝힐 의무가 전혀 없으며 투표마감 시각까지는 누구도 이에 대해 질문할 권리가 없다. 투표 마감시간 전에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 역시 당연히 금지돼 있다. 이같은 관련 법규정은 대체로 3가지 조항으로 압축된다.

투표의 비밀보장을 규정한 통합선거법 제167조는 유권자가 투표한 후보자의 이름이나 정당명을 누구에게도 진술할 의무가 없으며, 누구도 투표마감시각까지 이를 질문하거나 그 진술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투표의 비밀침해죄를 규정한 같은법 제241조는 또 이 조항(167조) 규정을 위반한 자는 3년이하 징역 또는 6백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이와 함께 제108조는 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등을 규정, 누구든지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투표나 인기투표 포함)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 보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법규정대로라면 지난 6·27 4대지방선거를 비롯, 선거때마다 투표마감시각 이전에 『누굴 찍었나』고 묻는 것 자체가 선거법 위반행위에 해당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투표 마감시각 전에 다른 사람에게 유포시키는 행위 역시 명백한 위법행위이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있는 MBC의 선거결과 예측보도는 법규정에 위반되는 행위이다. 이 규정들의 입법취지는 일차적으로 투표의 비밀보장이 목적이었다.

지난해 통합선거법 협상때 여야 정당과 선관위는 여론조사의 객관성과 투표의 비밀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관련 규정들을 보완했었다.

당시 출구조사문제는 핵심쟁점은 아니었으나 새롭게 부각돼 비교적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결론은 여야가 모두 출구조사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형태로든 출구조사를 할 경우 투표자들에게 일종의 정신적 강압 내지는 부담을 줌으로써 투표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투표자가 누군가, 혹은 어느 기관에서 출구조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상태에서 과연 자신의 순수한 의사대로 투표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정취지와는 달리 이 법의 형식적 문구와 현실적 상황과는 모순되는 점이 없지 않은게 사실이다. 법 규정대로라면 투표후 친구나 가족에게 누구를 찍었느냐고 묻는 행위까지가 위법이다. 이 경우 법적용의 현실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차제에 선거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홍윤오 기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권영성 서울대 법학연구소장/허용전제 사전공개 방지 법장치 마련해야

최근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출구여론조사를 허용·인정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만으로 보면 우리나라도 이를 허용해도 무방하지 않느냐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제도를 악용하면 큰 문제가 생긴다.

여론조사를 허용하더라도 선거가 공식적으로 종료되기까지는 공개를 금지한다면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대로 여론조사를 빙자해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조사주체에 의해 또는 선거와 관련된 특정정당에 의해 결과가 흘려진다면 유권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선거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우리는 선의의 제도가 악용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봐왔으므로 이를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제도를 허용하려한다면 사전공개를 막을 수 있는 법률적 장치가 치밀하게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처벌규정이 강해도 실효성에는 의문이 없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대통령선거같이 중요한 선거에서 처벌규정이 벌금이나 단기간의 징역형에 그친다면 이를 위반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조중빈 국민대 정외과교수/전면허용보다 언론기관에 제한허용토록

통합선거법이 선거기간 중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조사결과의 공표가 후보자의 당락에 미치게 될 영향 때문이다.

현재의 설문조사 연구의 수준과 일반인의 설문조사에 대한 인식을 감안할 때 조사결과를 선거운동기간 중에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투표 마감후 발표되게 될 조사연구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생각한다.

항간의 설문조사방법에 대한 오해는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설문조사가 매우 과학적이며 또한 신뢰할만한 연구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마구잡이 조사가 횡행하는 바람에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설문조사에 대하여 호기심은 많으면서 조사결과에 대하여 믿으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조사연구의 환경이 취약하기는 하나 출구조사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전면 허용하는 것 보다는 과도기적으로 언론기관에 제한하여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리하여 탈법선거운동의 가능성을 방지하는 동시에 국민의 알 권리를 총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언론기관의 공신력과 직결되므로 충분한 설문조사가 수행될 것이며 개표방송을 보며 밤을 새우는 낭비가 줄어들 것이다.

□외국에선 어떻게 하나

◎미,조사·발표 헌법으로 보호/투표후에 공개 방송협정맺어

미언론기관의 출구조사는 수정 헌법 제1조의 언론및 표현의 자유에 의해 절대적인 보호를 받고있다.

80년 대통령선거때 논란을 빚었던 출구조사 방송이후 이같은 관행을 제한 또는 규제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각주의 법률은 모두 위헌판결을 받았다. 『투표의 공정성과 비밀보장을 위해 제정된 법률도 헌법상의 언론자유를 침해할 정도로 확대적용될 소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였다.

이같은 해석을 낳게된 80년 당시의 출구조사에는 거의 모든 미방송국들이 관련돼 있었다. 즉 미국의 방송들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일부 서부지역에서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동부 지역에서 실시한 출구조사를 토대로 『로널드 레이건후보가 지미 카터후보를 눌렀다』는 예상보도를 내보냈다.

이같은 출구조사 발표가 논란을 빚은 이후 미국의 여러 주의회는 방송국들의 출구조사 실시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일례로 워싱턴주는 83년 「투표소로부터 3백피트 이내에서 투표자를 상대로 출구조사나 기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행위」를 경범죄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법률은 3대 네트워크와 일부 신문사들의 소송 제기로 결국 위헌판결을 받았다. 이후 88∼89년에도 8개주에서 비슷한 법률이 위헌으로 판결됐다.

아리조나 주립대 월터 크롱카이트 신문방송대학원의 염규호(염규호·언론법)교수는 『선거과정에서 공정성과 질서유지가 결정적으로 방해받지 않는 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는 출구조사 금지법률은 위헌으로 간주하는 것이 미국법원의 일반적인 판결경향』이라고 말했다.

염교수는 또『유권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청취한 뒤 투표에 관한 결정을 바꿨다는 산발적인 증거는 상당히 있지만 이를 확실히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자료가 아직은 불충분하다는 사실도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ABC, NBC, CBS, CNN 등 주요 방송네트워크는 90년 출구조사에 관한 협정을 맺어 공동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미국 전역에서 투표가 끝난 뒤 동시에 결과를 발표키로 합의했다.

조사결과의 조기발표에 따르는 부작용을 막고 조사에 소요되는 막대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방송사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불,언론·여론조사사 공동설문/결과공표 투표종료 시점 지켜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일인 지난 5월7일, 투표 마감시간인 하오 8시 시보가 울리자마자 TF1.F2등 TV방송들은 일제히 시라크후보의 득표율을 알리며 그를 「당선 예상자」로 발표했다. 투표함의 봉함이 뜯기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방송사들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고 득표율은 큰 오차가 없었다.

프랑스의 출구조사는 일반적으로 방송등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다. 4대 여론조사기관인 IFOP,BVA,SOFRES,IPSOS가 주로 조사를 담당하고 전국 네트워크의 방송사가 결과를 발표한다. 조사는 전화나 팩스등 간접방식이 아니라, 여론조사 기관 조사원들이 투표장에서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나와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며 즉석에서 응답을 받는 직접조사방식이다.

설문지에는 표를 던진 후보자를 밝히는 것 외에 지지하는 이유, 지난 선거에서 지지했던 정당이나 후보자, 응답자의 인적사항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장의 설문조사 결과는 시시각각으로 조사기관 본부와 언론사들에 전달돼 컴퓨터로 자동집계된다.

출구조사의 공표는 전국적으로 투표가 완전히 종료된 시점이후에만 가능하도록 엄격히 제한된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출구조사 내용이 유포될 경우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위반행위는 한국의 선관위와 같은 기능을 맡는 헌법평의회(독립적인 헌법기관)가 전반적으로 감시한다.

신문·방송사들에 대해서는 언론감시위원회가 1차적으로 위반여부를 가려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프랑스의 출구조사는 81년 대통령선거때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해 지난 10여년간 크고 작은 선거를 치르면서 현재는 오차율 0.2∼0.4%의 정확성과 신뢰성 공정성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