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7년 자립할 때까지 결혼 미루었는데…/싸늘한 주검… 정표 18K 루비반지만 반짝『윤선이의 말을 듣고 차라리 일찍 결혼했었더라면…』
여모(26·서울대 공대 박사과정)씨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발생 6일만인 5일 병원에서 신원미상의 시신이 내년 5월 결혼 예정이었던 박윤선(27·서울대 미대졸)씨임을 확인한 후 얼굴을 감쌌다.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상하고 부패된 시신의 왼쪽손가락에는 사랑의 정표로 선물한 18K 루비반지만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박씨와 여씨는 대학 캠퍼스 커플로 만나 7년간의 열애끝에 결혼을 약속한 사이. 지난 29일 사고소식을 처음 접한 여씨는 그동안 붕괴현장과 병원을 찾아다니다 신원미상의 시신을 확인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박씨가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한가닥 믿음을 버리지 않았었다. 5녀중 맏딸인 박씨는 출가전에 아버지 박재수(55)씨에게 드릴 마지막 생신 선물을 사기 위해 삼풍백화점 1층에서 선물을 고르다 참변을 당했다.
여씨는 대학졸업후 직장을 갖기 전 결혼을 서두르던 박씨에게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더 참자고 당부했었다. 그래서 여씨의 아픔은 더 뼈저리다. 여씨는 『나역시 윤선이와 빨리 결혼하고 싶지 않았겠느냐』며 『윤선이를 사랑하면서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나는 윤선이의 참된 짝이 될 자격이 없었나 보다』며 오열했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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