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장비 늑장출동… 체계적 활용 대책필요『땅굴탐사용 무인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신속하게 사용했더라면 생존자를 한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을 겁니다』
20년동안 땅굴탐사 기술개발에 힘써 온 한국과학기술원 나정웅(54)박사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현장에 첨단장비가 뒤늦게 동원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구조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점검, 신속히 이용해야 하는 체제가 갖춰져야 하는데 이번 사고의 경우는 너무 황급한 나머지 체계적인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게 나박사의 생각이다.
나박사는 국방부의뢰로 75년부터 땅굴탐사용 장비개발및 조사에 참여, 땅굴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전문가이다. 89년 12월에는 직접 개발한 전자파 탐색장비를 이용, 강원 양구군 비무장지대에서 제4 땅굴을 찾아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땅굴탐사 장비는 시추공 굴착기와 무인카메라. 철판과 콘크리트더미가 뒤엉켜 있어 지하에 공간이 있을 가능성이 큰 지역에서 수직으로 시추공을 뚫은 뒤 무인카메라를 내려 보낸다. 직경 10㎝크기의 무인카메라는 전조등이 부착돼 있어 전방 5까지 탐색이 가능하다. 또 3백60도 회전할 수 있어 붕괴 현장의 지하 밑바닥까지 내려가며 지하 곳곳에 있을 생존자및 시신을 찾는데 활용되고 있다.
나박사는 그러나 『붕괴 상태를 감안할 때 설령 생존자를 발견한다 해도 구조및 발굴때까지 얼마나 걸릴 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나박사는 하와이 미군부대에서 공수해 온 음파탐지기는 붕괴 참사현장 특성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생존자가 콘크리트나 철판을 두드리며 내는 소리가 건물 잔해에 흡수·분산돼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박사는 『무엇보다 큰 재난이 터졌을 때 국내 기술과 전문가들조차 제때에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구호체제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종합적인 긴급재해대책마련과 관련장비및 기술개발에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황상진 기자>황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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