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비판에 “민의 더 수렴” 약속/개혁 추진엔 “후퇴없다” 못박아김영삼 대통령은 5일 6·27지방선거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대통령이자 당총재로서 내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이 이날 민자당소속의원들과의 조찬에서 「부덕의 소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난해 10월말 성수대교붕괴사고이후 두번째이다. 이는 김대통령의 어록중에서는 가장 강도높은 자성의 표현이다. 때문에 김대통령의 이날 조찬발언은 선거가 끝난 뒤 당쪽에서 청와대를 향해 제기해온 개혁비판등 각종 논의에 대한 화답으로 「자성」을 제시한 것으로 볼수 있다.
김대통령은 우선 『이번 선거에서 너무 이겨도 안되고 너무 져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졌다』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여권의 패배를 인정했다. 이같은 언급은 지난 일주일 사이에 김대통령의 정국인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준비했다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인해 취소한 특별담화문은 민자당의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았고 자성의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지역감정의 타파를 위해 세대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김대통령은 또 『언로가 막혔다』는 당내의 비판에 대해 『평소 듣기싫은 소리도 듣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중에도 듣기싫은 소리를 직언하는 사람이 있다』며 당내 일부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청와대 참모진을 완곡하게 감싸안았다. 그러면서 김대통령은 『앞으로 국민의 소리를 더 귀담아 듣겠다』며 「독선과 독주」로 비판받고 있는 부분의 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국정운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인 것같다. 김대통령은 『앞으로 변화와 개혁은 결코 후퇴하지 않고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누가 뭐하고 해도 나는 단호하게 이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최근의 정국상황속에 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당내외의 목소리에 대해 김대통령은 개혁의 방식을 고치는 것은 몰라도 개혁의 본질은 절대 양보할수 없다는 언급을 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나는 한번도 좌절하거나 절망한 적이 없다』고 말해 국정운영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안을 숙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대통령은 또 『8월25일이면 임기의 절반이 지나는데 이제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8월하순께 임기후반기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시사했다.<신재민 기자>신재민>
◎김 대통령 대화록 요지
이번 지방선거에서 너무 이겨도, 너무 져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졌다. 선거결과는 국민의 뜻이고 하늘의 뜻이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다. 국민이 민자당에 무서운 채찍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대통령이자 당총재로서 내 부덕의 소치이다. 이유야 어디있든 국민의 소리를 두렵게 알아야 한다.
청와대참모진중에 듣기싫은 소리를 직언하는 사람이 있다. 당만 하더라도 이춘구 대표로부터 듣기싫은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다. 내게 바른 말이 안들어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국민의 소리를 더 귀담아 듣겠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있을 때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좌절하거나 절망하면 모든 것을 잃게된다. 어떤 경우에도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만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변화와 개혁은 결코 후퇴하지 않고 계속 추진하겠다. 변화는 국민에게 꿈을 주는 말이고 개혁은 잘못된 것을 고치자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개혁을 하겠다. 내가 한 일을 국민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8월25일이면 임기의 절반이 지나가는데 이제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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