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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제거·수색작업 르포(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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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제거·수색작업 르포(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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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자 다칠라” 한삽뜨고 다시 보고/층과 층 30㎝간격 붙어 흡사 샌드위치/생존자대신 곳곳 시신만 나와 허탈감주인잃은 신발과 부서진 전화기, 불에 그을린 카펫,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서류철, 그리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일그러진 시신…. 중장비를 동원한 본격적인 상판제거작업으로 완전히 붕괴된 삼풍백화점 A동의 참혹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구조반은 지난 3일 하오 건물 옥상인 5층천장부터 지하4층까지 내려 앉은 콘크리트더미를 걷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천장이 완전히 제거되자 마치 샌드위치처럼 천장과 마주 붙어있던 5층 바닥이 드러났으나 생존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허탈해진 구조반은 4층을 향해 다시 파내려갔다.

한벌에 족히 1백만원은 홋가할 고급 밍크코트가 걸레처럼 찢겨진채 크레인삽에 마구 걸려 올라왔다. 불에 타고 물에 젖은 학용품류와 사무용품, 직원들의 것으로 보이는 임자잃은 옷가지와 핸드백들이 심하게 일그러진 캐비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고객이 느끼시는 불편함을 접수합니다. 삼풍백화점」이라고 적힌 고객용 불편신고용지 다발도 허무하게 발견됐다.

수십톤에 달하는 콘크리트더미와 휘어진 철근들이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꼬여 있는 현장은 일일이 더미를 부수거나 잘개 끊어 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에다 묻혀있을 매몰자가 중장비에 의해 행여나 다칠까봐 「한삽뜨고 여러번 살피는」식의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건물이 붕괴되면서 무게중심이 가운데로 쏠리는 바람에 A동의 단면적 80%가량은 두번의 붕괴충격을 받아 매몰자의 생존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그러나 건물이 붕괴되면서 생긴 구석부분의 공간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남아있어 이 부분의 수색작업은 더욱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구석부분 7∼8군데에서 지하를 향해 파내려가는 작업이 계속된 4일 하오 생존자는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콘크리트 구조물 틈바구니에서 완전히 압사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시신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석유탐사를 위해 시추하듯 생존자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파헤친 구멍은 대부분 형태가 비슷했다. 지상5층 지하4층이던 건물이 1개층마다 30㎝∼1간격으로 압축돼 있고 층의 사이마다 콘크리트와 철근더미가 샌드위치를 연상시키듯 작은 틈도 허용치 않고 가득 메워져 있었다. 건물 잔해와 함께 엉켜있는 각종 백화점물품들은 폐품으로 변해 퍼올려졌다. 단단히 압축돼 있는 벽에 구멍을 뚫어가며 혹시 있을지도 모를 공간을 찾으려 애쓰지만 거의 물샐틈없이 메워져 있어 마치 거대한 바위덩이가 들어앉아 있는듯 하다.

구멍속에서 손가락이 간신이 들어갈만한 공간이 발견될 때마다 작업반은 전등을 비춰가며 『사람이 있으면 대답하세요』라고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올 뿐이다.

10 깊이로 내려갔을때 1층 바닥에 깔려있던 대리석이 발견됐다. 지상 5개층의 탐사가 끝난 것이다. 곧이어 지하층에 대한 발굴작업으로 들어갔다. 콘크리트 사이로 두꺼운 철제 파편이 뜯겨져 나왔다. 지하 1층 스낵코너에서 사용된 냉장고가 부서지며 생긴 것이었다.

드디어 매몰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남쪽 구석부분인 지하1층 「웬디스」 스낵코너에 도달했다. 빈공간은 거의없이 마구 뒤엉킨 잔해가 가득 메워져 있었다.

화재로 인한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겨우 보이는 틈새로 나타난 시신들은 이미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무너진 천장과 바닥사이에 깔려 온전한 부분이 없을 정도였다. 참혹하게 변을 당한 어린이들의 시신 앞에서는 구조대원도 차마 눈을 돌렸다.

너무나 완벽하게 짓누르고 있는 잔해더미로 인해 발굴작업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부패한 시신에서 나는 악취만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주차장인 지하2∼3층은 천장과 바닥이 30여㎝정도 간격을 둔채 붙어버렸다. 완전히 찌그러진 차체가 간간히 보일뿐 매몰자가 생존해 있을듯한 공간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사고당시 사람들이 구석에 위치한 출입구쪽으로 몰려갔다는 증언에 따라 구조반은 지하주차장의 남쪽 구석부분에 20∼30명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에는 화장실이 있어 최소한의 물과 외부공기를 얻을 수 있다. 구조반이 갖고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다.<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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