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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15년만에 다시 소설쓴다/이달말엔 전집 5권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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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15년만에 다시 소설쓴다/이달말엔 전집 5권도 출간

입력
199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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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언어에 대한 허무와 절망으로 절필이후/“독자에 진빚 갚겠다” 장편 2편 열정의 집필80년 광주의 참극이 벌어지는 동안 한 일간지에 연재하던 장편소설을 10여회만에 중단하고 여태껏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펜을 들지 않았던 작가 김승옥(54)씨가 다시 소설을 쓰고 있다. 『나의 글쓰기를 지켜보는 많은 독자들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새로이 문학에 열정을 쏟으려 합니다. 앞으로 3∼4년동안은 문학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전작 장편소설 두 작품을 쓰는 중이다. 연말에 탈고해 단행본으로 출간할 이 작품들은 30대에 그가 써 놓았던 미발표단편들을 고치고 분량을 늘려 내놓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의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작품의 중심에도 도덕성의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를 시대배경으로 경제개발과정에서 도덕이 붕괴되고 전통적인 가치가 사라져가는 문제를 다루려 합니다.

한 작품은 유교적 분위기 아래서 우리의 가정과 사회를 지배해온 전통규범의 붕괴와 그 물결에 휘둘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또 다른 작품에서는 엇비슷한 주제 아래 80년대 서울에서 살아가는 남녀간의 사랑과 시대풍속을 그릴 계획입니다』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과작의 중·단편을 내놓으면서 번뜩이는 감수성으로 우리 소설 문체의 새 장을 열었던 그는, 80년 자신이 소설에 담았던 허무와 절망을 안고 돌연 문학을 떠났었다.

절필 직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언어로 인생과 세계를 절묘하게 설명하고 묘사해서 세상에 내놓으면 요란한 박수갈채가 뒤따랐다. 그러나 그래서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그 다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인생이, 삶이, 살아 있는 순간순간들이 언어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이런 회의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고 비감하게 말했었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술에 취했었다. 실의의 나날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알코올중독자」가 되었고 인생에 대한 허무감에 자살충동을 느꼈으며 실제로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기 1년만에 그는 문득 영안이 열리면서 「네 모든 짐을 내게 맡기라」는 하느님을 맞게 되었다고 고백했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또 생활인으로서 성실한 삶을 꾸려왔지만 그의 생활에 문학은 없었다. 더러 신문이나 잡지에 신앙체험을 담은 짤막한 글을 발표했지만 「서울 1964년 겨울」이나 「무진기행」이나 「서울의 달빛 ○장」에 미칠 수는 없었다.

『문학은 구제의 문학과 증언의 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역사물들이나 대개의 참여문학은 증언의 문학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사랑과 도덕과 순수 따위에 대한 이야기는 구제의 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요. 지난 작품들의 연장선 위에서 나는 구제받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것을 통해 독자들이 구제의 광장으로 이끌리는 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의 작업 재개와 때 맞추어 이달말께는 「김승옥 소설전집」이 나올 예정이다. 문학동네에서 모두 5권으로 기획한 전집은 등단작(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인 「생명연습」을 비롯,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무진기행」등 단편이 한 권, 중편 「환상수첩」 「다산성」등이 한 권, 「내가 훔친 여름」 「60년대식」 「보통여자」등의 장편이 두 권, 콩트집이 한 권등으로 구성된다.이 전집에는 원고지 2백매 분량의 자작해설이 실린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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