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순 노부모 모시던 막내 콘크리트속에 묻혀/세언니 “이고통 몇달이라도 너만 돌아온다면…”『언제나 해맑은 모습으로 「언니 나야」하며 대문을 들어서던 우리 막내 정선아. 왜 불러도 대답이 없는거야. 천근만근이나 되는 콘크리트 더미에 파묻혀있을 너의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단다』
4자매의 막내로 혼자 7순 노부모를 모시고 억척같이 살아온 「또순이」 김정선(36)씨. 김씨는 삼풍백화점 A동 2층 숙녀부에서 한달전부터 독립매장을 운영해오다 사고로 실종됐다. 4일 김씨의 세 언니는 서울교대 실종자가족 임시거처에서 부치지 못할 편지를 썼다. 그리고 가슴에 파묻어야 했다.
세 언니는 『몇날밤을 뜬눈으로 가슴졸이며 쏟아지는 빗속에 서 있어도, 너의 고통과 배고픔과는 비교도 안되겠지. 네가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우리는 몇날 아니 몇달이라도 이 고통을 참고 견딜 수 있단다』라며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큰언니 정화(47)씨는 『아무리 아끼던 것도 「이것 좋은데」라는 한마디만 던져보면 「언니 가질래」하고 선뜻 건네주던, 막내같지 않던 우리 막내야,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네가 남겨놓은 전화메시지는 어떡하고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니』라며 써나가던 편지에 눈물을 쏟고 말았다.
셋째언니 정연(41)씨는 『정선아, 92년 성산대교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를 기억하니. 그 짧은 몇초의 순간에 「내가 만약 저속에 빠진다면 어떡해, 증표는 남겨야겠다」며 핸드백 끈을 목에 감았던 너 아니니. 용기를 잃지말라』고 당부했다.
세 언니는 『매일 아침 「엄마 다녀옵니데이」하고 출근하던 너의 모습, 돌아와서는 「아버지예」하면서 품에 안기던 천진스럽던 너. 이제는 너를 안아볼 수 없을지도 모를 엄마 아빠를 보고 싶지 않니. 끝까지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눈물로 지새는 엄마 아빠를 생각해줘』라며 펜을 놓았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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