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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순식간에 무너졌나(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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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순식간에 무너졌나(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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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먼 상혼 “부실 총집합”/85톤 냉각탑4개 무모한 이전 “도화선”/5층 추가증축때 기존기둥과 연결 불량/철근굵기 14∼19㎜불과 “연립주택 수준”/지하1층 2백여평 불법 증축 용도변경/당초 유리설계 지붕도 콘크리트로 시공삼풍백화점 붕괴의 비극은 29일 상오부터 급진전됐다. 전조는 백화점 5층 슬래브지붕이 조금씩 기울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26, 27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29일 상오 9시30분께 A동 5층 식당가에 있는 한국식당 「춘원」의 천장이 내려앉으면서 삼풍백화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밟아나가고 말았다. 「춘원」과 냉면집 「미전」의 바닥에 금이 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무게 85톤에 이르는 옥상냉각탑 4개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당초 냉각탑은 89년7월 삼풍아파트쪽에 설치됐다가 『소음이 심하고 전망이 가려져 답답하다』는 주민들의 진정이 잇따르자 한달만에 사법연수원쪽으로 옮겨졌다. 5층을 부실하게 증축한데다 역학구조조차 고려하지도 않고 엄청난 무게의 냉각탑을 이전한 것이 건물붕괴를 「앞당긴」 것이다. 6년가까이 진행된 균열이 사람들 눈에 띌 정도로 진행된 만큼 하중을 받고 있는 기둥은 이미 손쓸 틈 없이 피로한 상태였다.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 이상렬 부회장은 『A동건물만 붕괴된 것으로 미루어 기둥과 슬래브를 연결하는 앵커가 부실한 것이 주요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냉각탑의 무게가 사법연수원쪽 기둥에 집중돼 뒤틀리고 뒤틀림현상은 도미노처럼 옆기둥으로 옮겨가면서 앵커마저 부실해 천장이 무너져내린 것이다. 5층 증축공사를 하면서 세운 기둥이 4층까지의 기둥과 맞물려 고정되지 않은 것도 건물의 지탱력을 현격히 약화시켜 5층천장의 균열조짐이 나타난지 8시간만에 건물전체를 주저앉게 만든 요인이다. 건축전문가들은 아무리 건물을 부실시공했더라도 맨위층의 하중을 아래층들의 기둥이 최소한 며칠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건물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이 엇갈리면서 무너져 내리는 5층의 하중을 아래층에서 여과없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잔해더미에서 밝혀졌듯 보통건물보다 두꺼워야 할 플랫슬래브(무량판)가 불량이었고 철근굵기도 연립주택수준의 14∼19㎜에 불과했으며 콘크리트단면이 하얄정도로 시멘트함량이 부족한 부실기둥으로는 도저히 상층부의 무게를 이겨낼 수 없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정도 「부실」만으로도 건물전체가 순식간에 폭삭 주저앉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남산외인아파트 폭파해체때 드러났듯 건물 각기둥뿐만 아니라 전체건물의 받쳐주는 지하부분의 충격이 동시에 가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풍백화점측이 지하1층 2백여평을 불법증축해 판매시설로 용도변경한 것이나 최근 B동 지하1층 주차장확장을 위한 굴착공사를 한 것도 지하구조물을 약화시킨 결정적인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건물전체가 한꺼풀만 벗겨보면 누더기처럼 균열투성이인 상태에서 옥상의 냉각탑은 붕괴비극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냉각탑에서 시작된 하중은 아래층으로 무너져내리면서 눈덩이처럼 무게가 불어나 건물전체는 순식간에 주저앉았다.

고도의 첨단기술을 동원해 수개월의 철저한 준비를 거쳐야 가능한 폭파해체기법이 무색할 정도였다. 건설재해예방연구원 이내철 안전진단부장은 『부실공사만으로는 건물전체가 삼풍백화점처럼 붕괴될 수 없다』며 『건물붕괴는 골재 철근 역학구조 등 건축 각부분의 조건이 최악으로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송용회 기자>

○삼풍백화점 붕괴요인

삼풍백화점은 무너지게 돼 있는 건물이었다. 그것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라기보다 거대한 모래성이었다. 건축과 증축, 용도변경과정은 각종 규정을 어겨가며 건물을 붕괴시키기 위해 갖가지 꾀를 낸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무모하고 한심했다. 검·경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총체적 부실의 실체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수사내용과 건축전문가들의 현장진단등을 통해 드러난 각종 붕괴요인을 그림과 함께 정리한다.<편집자 주>

①옥상 뒤편에 있던 대형 냉각탑 3개와 소형 냉각탑 1개등 총중량 85톤의 냉각탑 4개를 앞쪽으로 이전, 하중이 불균형해짐

②당초 4층까지만 골조공사를 한 뒤 5층을 추가로 증축하면서 식당가를 조성하고 옥상에 놀이동산등을 설치해 과부하 발생

③유리로 설계돼 있던 5층 지붕을 대부분 콘크리트 슬래브로 시공해 역시 과부하를 초래

④5층을 조성할 때 기둥을 4층까지의 기둥과 맞물려 고정시키지 않고 그대로 얹는 형태로 시공,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

⑤시멘트 모래 자갈등의 배합비율을 지키지 않은 불량콘크리트를 쓰고 규정보다 가는 굵기 14∼19㎜짜리 철근을 사용. 철근간격도 규정 10㎝보다 넓게 시공. 콘크리트양생도 제대로 되지 않아 철근과 분리현상 초래

⑥내부를 보 없는 무량구조로 시공하면서 중심기둥과 각층 슬래브와의 연결부위를 부실시공, 지지력 확보 미흡

⑦지하 1층을 2백여평 불법증축하고 판매시설로 용도변경해 사용함으로써 건물전체의 균형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추정

⑧터파기 공사등 기초공사가 부실했을 가능성이 있음. 지하는 암반구조여서 지반침하 가능성은 희박

⑨골조공사가 끝날 때까지 실제 현장감리가 전혀 실시되지 않았음. 감리보고서는 허위작성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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