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분명히 더 있을것”/TV 지켜보며 실종자가족처럼 애간장/“마지막순간까지 구조작업 포기말아야”『제 경험에 비춰 생존자가 분명히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생존가능성 0」에 다다를 때까지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지난 67년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에 매몰됐다 16일만에 국민들의 환호와 탄성속에 기적처럼 구조됐던 양창선(65·충남 부여읍 쌍북리 629의 2)씨는 3일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의 실종자 구조작업을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몇차례씩 강조했다. 그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직후부터 줄곧 TV를 지켜보며 단 한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해내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실종자 가족 못지않게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지하에서 불이 나 시꺼멓고 매캐한 연기가 잔뜩 피어 오르고 이 불을 잡기 위해 물을 뿌리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양씨는 아직도 무너진 콘크리트더미 틈새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을 것 같은 생존자들이 구조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연기에 질식해 숨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구르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기는 자연히 위로 오르지만 물은 점차 차오르면 생존자들에게 치명적』이라며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구조작업을 지켜본 자신의 의견도 내놓았다.
현재 식품회사인 (주)풍원(논산군 연산읍 안심리)에서 보일러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양씨는 지난 67년 온국민을 깜짝 놀라게 만든 기적같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장년층 이상에게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인간승리의 표상이다.
67년 8월22일 하오 9시께 지하 1백25 배수부에서 막장의 물을 퍼내고 있던 양씨는 갑자기 썩은 갱목이 부러지며 무너져 내린 흙더미와 함께 매몰됐다. 붕괴순간 갱안은 칠흑같이 캄캄해졌고 천장에서는 흙더미가 비처럼 쏟아졌다.
『처와 어린자식 5남매를 생각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나가자」고 수도없이 다짐했습니다. 천장에서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물을 하루 1홉정도씩 도시락 뚜껑에 받아 말라붙어가는 목을 축이는 한편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팔다리를 주물러 몸이 굳는 것을 막았습니다』
주변에 떨어져 있던 전화기를 발견한 것이 양씨에게 기적을 가져다준 행운이었다. 빠진 전화선을 생명선처럼 조심스럽게 전화기에 다시 꽂고 있는 힘껏 전화기를 돌리는 순간 한층 아래인 지하 2백50 배수부에 있던 전화기에서 『따르릉』 소리가 났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전화기가 고장나지 않았던 것이다. 『다소 생기가 돌면 낮이고, 몸이 까부라지면 밤이 됐구나 하는 식으로 날짜를 센지 꼭 4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후 양씨는 구조본부와 통화를 계속하며 자신의 위치를 알렸고 매몰 16일만인 9월8일 상오, 막장너머에서 구조대원의 얘기소리가 「생명의 빛」처럼 들려왔다. 막바지 구조작업끝에 12시간뒤인 하오 9시45분 15초, 양씨는 드디어 어두운 지옥을 빠져나와 밝은 세상으로 나왔다. 62㎏이던 몸무게가 45㎏으로 줄어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다.
끔찍했던 16일간을 회상하던 양씨는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속과 막장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어느 누군가 아직도 기적적으로 생존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생존자들이 들을 수만 있다면 「살수 있다는 확신이 가끔씩 나타나는 허깨비를 물리치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희망」임을 알려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논산=전성우 기자>논산=전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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