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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사과 순수 동포애 차원 수용/정부 대북 쌀지원 재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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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사과 순수 동포애 차원 수용/정부 대북 쌀지원 재개 배경

입력
1995.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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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다고 중도포기 명분 부족/선적된 쌀 장마로 늦출수도 없어정부가 3일 인공기 게양문제로 중단됐던 대북 쌀지원사업을 재개키로 결정한 것은 북한 당국차원의 사과를 무시할 명분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기왕에 순수한 동포애적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인만큼 중도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원래의 순수한 뜻을 살려 인내심을 갖고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장마가 시작돼 이미 선적된 2차분 8천여톤의 보관문제도 쌀지원 재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요소로 작용했다.

정부는 다만 북한이 인공기 강제게양을 위 아래 손발이 안맞아 발생한 「실수」로 변명하고는 있지만 고의성이 다분히 있었다고 보고 그 재발을 철저히 방지하기 위해 남북간 접촉을 갖고 다짐을 받아두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인공기 게양사건을 계기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

비록 그것이 북한 청진항 실무자들의 강압과 위협때문이었다 하더라도 그같은 중대한 상황을 초래토록한 협상기술이나 상황 대처방식은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이 때문에 쌀지원을 계기로 물꼬가 트일 것같던 남북관계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6월25일 씨 아펙스호의 역사적인 출항. 26일 하오부터 하루반동안 인공기를 게양한 채 청진항 하역. 28일 공식사과 요구. 29일 북측의 비공식 사과. 같은날 하오 우리정부 비공식사과 수용. 같은날 밤 사과수용방침 번복 및 대북 쌀지원 전면 중단선언. 30일 밤 북한 당국차원의 공식사과. 7월3일 정부 쌀지원 재개 발표>

지난 일주일동안의 쌀관련 일지만 보더라도 정부 방침은 조변석개로 중심을 잃고 있다. 깃발문제만 해도 처음부터 어정쩡한 구두합의에서 비롯됐음이 드러났다.

식량난으로 궁지에 몰린 동포를 도와주는 뜻깊은 사업을 하면서도 오히려 국내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마지못해 사업을 재개해야하는 궁색한 꼴이 돼버렸다. 쌀지원 재개로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남북간 2차접촉 역시 무산위기는 일단 넘겼다.

한편으로 이번 사건이 앞으로의 남북접촉에 좋은 교훈이 될 수도 있다. 남북간에는 미묘하게 얽힌 문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므로 매 사안들을 문서화하고 책임있는 당국자끼리의 서명을 빠뜨려서는 안될 것이란 지적이다.<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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