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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몸부림(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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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몸부림(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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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니” 한맺힌 절규/벽보 구절마다 애끊는 사연 절절이/“딸아 내딸아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엄마 아빠·임신아내 찾기… 비에젖은 벽보 다시 붙이고/눈물로 지샌 5일 이고통 언제까지한맺힌 절규, 눈물어린 사연, 간절한 소망. 작은 종이쪽지를 빼곡히 채운 「사람을 찾습니다」는 이산의 아픔이 아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5일째인 3일에도 3백여 실종자 가족들은 망연히 벽보앞에 서서 떠날 줄을 모른다.

벽보앞에 쭈그려 앉아 종일 허공을 응시하는 반백의 어머니, 벽보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삼키는 아들과 딸들. 벽보가 빗물에 찢길까 조심스레 물기를 닦아내는 아버지. 이들의 절절한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진속의 실종자들은 말이 없다.

실종자 가족들의 대기소인 서울교대 체육관과 강남성모, 지방공사강남병원등 삼풍백화점 붕괴 희생자들이 치료를 받거나 사체가 안치된 시내 20여개 병원에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와 엄마, 아들과 딸, 언니와 동생을 찾는 벽보들이 눈물과 비에 젖어있다.

『엄마가 눈물로 지새우며 찾는 사람. 정선아 꼭 살아있으리라 믿는다. 탄광에 갇혀 16일동안 있다 산 사람도 있단다. 널 사랑하는 가족들은 믿는다. 네가 살아있으리라고. 최후까지 희망을 가지고 살아있기를 이 엄마는 빈다. 김정선. 35세. 여자』

『사랑하는 내막내딸 내딸아. 이승에서 못다핀 꽃망울, 저승에 가선 새가 되어 마음껏 나래를 펴고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거라­이못난 애비가』

『임신 6개월 산모로 2층 A동에서 실종. 성명 이연이. 29세. 여자』

『모녀를 찾습니다. 엄마와 아기를 찾습니다. 윤난희. 27세. 여자. 키 1백63㎝. 긴머리. 유모차를 갖고 있음. 아가이름은 이선화. 2살. 분홍색 반팔 티셔츠』

『혜경아 넌 꼭 살아야한다. 김혜경. 26세. 여자』

『살아만 있어다오. 박은경』

실종자 가족들이 붙인 벽보는 꼭 살아있어야 한다는 가족들의 소망과 함께 용기를 잃지말고 끝까지 힘을 내라는 애절한 당부의 말들이 적혀있다. 벽보에는 사진과 함께 주소, 연락처는 물론 심지어 삐삐번호, 핸드폰 번호등까지 적혀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가능성 하나라도 더 건지기위해 왼쪽 어깨에 상처가 있다느니, 오른쪽 엉덩이에 점이 있다든지하는 실종자들의 신체상 특징도 적어놓았다. 심지어 매니큐어 색깔까지 적은 것도 있다. 정인순(22·여)씨를 찾는다는 벽보는 머리가 단발이라는 설명과 함께 쌍꺼풀에 반지모양까지 적어놓았다. 등영발씨를 찾는다는 벽보는 등씨의 정면과 후면의 좌우사진 4장을 붙였다. 사람들 눈에 잘 띄게 형광색 바탕종이에 흑백사진을 붙인 벽보가 많았고 인쇄소에서 맞춘 플라스틱 포스터도 있었다.

그러나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살아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깨알처럼 적은 벽보는 이제 발굴된 사체를 정확히 가려내는데 도움이 되고마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도 행여나 하는 심정으로 하나라도 더 벽보를 붙이기 위해 실종자 가족들은 이병원 저병원을 찾아 헤맨다. 벽보를 게시판에 붙이고도 모자라 등과 가슴에 매달고 다니는 가족들도 많다.

제보자를 찾는 벽보도 눈에 띈다. 『삼풍직원님들. 사고당시 A동3층에서 홍진선(30·여) 사원과 같이 탈출한 사람이 있다는데 목격사원은 연락을 바랍니다』라는 벽보는 그러나 5일째 아무런 제보없이 그대로 붙어있다.

희망과 절망이 하루에도 수차례 교차하는 실종자 가족들. 『너 어디에 있니. 최원호. 27세. 삼풍직원. 신사의류부 근무. 1백78㎝』 긴 사연의 벽보들 틈속에 단한마디 짧은 이 벽보. 차가운 콘크리트 더미속에서 돌아올줄 모르는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고통은 벽보가 떼어진 후에도 끝이 없을 것이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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