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밥」 이력 15년의 베테랑/“매립에만 15톤 트럭 230만대분 흙”한보철강의 윤종기(54) 부장은 길지않은 한보철강 역사의 산증인이다. 한보가 84년 금호로부터 부산철강공장을 인수해 철강업에 발을 디딜 때부터 설비증설, 제철소부지선정과정 그리고 아산만 철강단지의 건설을 현장에서 쭉 지켜왔다.
특히 아산 철강단지건설에는 단지건설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윤부장의 직책은 공무팀 주무부장. 사전 계획을 수립하고 단지건설의 모든 공정을 총괄 조정하는 일이다. 차질없는 공사진행을 위한 조타수 역할인 셈이다. 윤부장이 공무업무를 맡게 된 것은 80년 금호철강에 입사해 「쇳밥」을 먹기 시작해 품질관리 제품출하 연료관리등 철근생산의 전과정을 섭렵한 이력덕분이다.
물론 한보의 제철소로 가는 길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윤부장은 말했다. 당초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부산공장을 인수했던 한보는 곧바로 불어온 중국붐과 건설붐에 힘입어 엄청나게 쌓였던 재고를 단시간에 처분하고나자 제철소건립을 통해 본격적으로 철강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했다. 그러나 야심만만하게 추진되던 제철소는 벽에 부딪쳤다. 금호철강자리인 부산감천만에 제철소설립이 추진됐으나 통산산업부(당시 상공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공사진행과정에 터진 수서사건은 자금이 동결되고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던 최대의 위기였다.
윤부장 개인적으로도 아산만공사는 힘든 일이었다. 『현장에서 싸워보지않은 부서장이 없을 정도』로 매일 싸우는 게 일이었다. 업무마다 나름대로의 특성과 사정이 있게 마련이고 엔지니어특유의 고집까지 겹쳐지면 공사의 진척은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93년 11월부터 아산현장에 투입된 이래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녀들 때문에 시작한 주말부부생활도 3년째. 홍태선 사장이하 한보철강 임직원들은 아산만현장에서 임시막사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아산만공사는 참여한 연인원만 1백25만명, 해안매립에만 모두 15톤 덤프트럭 2백30만대분의 흙이 들어간 대역사였습니다. 그러나 민간최대규모와 박슬래브설비와 코렉스설비등 첨단 설비로 무장하게 될 완공이후의 면모는 더욱 엄청날 것입니다』 아산만단지의 면면을 설명하는 윤부장은 이미 일부공장이 가동되면서 느꼈다는 벅찬 보람으로 힘들었던 지난 날을 묻어버린 듯하다.<이재열 기자>이재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