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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구조·자원봉사 활동/시민애는 살아있었다(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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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구조·자원봉사 활동/시민애는 살아있었다(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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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붕괴 위험불구 눈물겨운 철야작업/유혈·유독가스속 끼니도 잊은채 구조붕괴현장 생존자 구조작업과 이들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의 물결은 「뜨거운 인간애」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시민들은 용감했다. 한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언제 닥칠지 모를 2차 붕괴의 위험속에서도 구조에 나선 시민과 구조대는 지하 3층 콘크리트 더미를 조금씩 파헤쳐 가며 생존자를 찾아냈고, 이들을 살려내는데 온 힘을 다했다. 구조 현장 밖에서는 부상자 생명을 구하려는 헌혈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는 참사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스르려는 각계의 크고 작은 온정의 물결은 생존자구조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대구도시가스참변때처럼 이번 사고복구에도 119구조대 한국응급구조단 해병전우회의 활약이 돋보였다. 해병전우회 회원 2백40여명은 사고발생직후 현장에 도착, 전문 구조대원조차 접근하기 힘든 지하 4층까지 들어가 「귀신잡는 해병」의 용맹함을 보여줬다. 일부 대원은 시계제로 상태에서 손전등만 들고 생존자 구출에 나섰으나 독가스와 짙은 연기때문에 탈진,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빠져나오곤 했다.

○…허리디스크로 강남의 한 병원에 입원중이던 이규화(24·용접공)씨는 29일 하오 11시30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병실을 빠져 나와 30분동안 걸어서 현장에 도착했다. 이씨는 30일 상오 1시께 B동 건물 남쪽입구에서 『산소절단을 해야 한다』는 고함을 듣고 입구에 있던 산소용접기를 들고 뛰어 들어가 철골을 절단, 부상자를 구출했다. 작업후 탈진, 옴짝달싹 못하던 이씨는 때마침 구조작업중이던 129 구급대원들에 발견돼 앰뷸런스에 실려 병실로 돌아왔다.

○…29일 밤 붕괴현장에서 철야 구조활동을 벌이던 서울 송파소방서 장만덕(55) 소방장이 동료들과 철근더미를 들어올리다 뇌출혈을 일으키며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또 동대문소방서 김학천(28) 소방사도 구조활동중 손가락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삼호아파트 삼풍아파트가 있는 서초구 서초4동 부녀회원들은 29일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집집마다 떡 김밥 음료수를 갖고 현장에 나와 구조대원들의 먹거리를 챙겼고 음식점 「이남장」에서는 설렁탕 2천그릇을, 신라호텔은 7백명분의 음식을 사고 현장에 가져왔다.

○…지난해 지존파사건 검거에 큰 공을 세운 서초경찰서 강폭4반장 고병천(47) 경위는 삼풍백화점뒤편을 지나다 백화점 붕괴사고를 목격하고 콘크리트더미를 맨손으로 헤쳐 부상자 20여명을 구조했다. 고경위는 『험악한 사건을 수없이 겪었지만 이번처럼 참혹한 광경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2개월전 지하철 도시가스폭발사고로 1백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시민들이 삼풍백화점붕괴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해 헌혈에 나섰다. 도시가스폭발사고 원인제공자로 지목된 대구백화점 직원들이 헌혈했고 대구경북 적십자혈액원은 대구 사고때 모아둔 헌혈 1만유닛(약 4백만㏄)을 지원키로 했다.<특별취재반>

◎정·재·법조계도 “날벼락”/서석준 전부총리딸 생사 불명/삼성 임직원·가족만 35명 사상/초임검사 일가넷 동시 실종도

서울 강남의 중심지에 위치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이 일대에 거주하는 정·재·법조계인사와 그 가족등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때 순직한 서석준 전부총리의 딸 이영(27·미하버드대 재학)양은 친구와 함께 쇼핑을 왔다가 실종돼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양은 사고 당일 하오 5시40분께 친구와 함께 삼풍백화점을 찾았다가 친구가 주차를 하는 사이 먼저 백화점으로 들어간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건설 박운영(63) 고문은 거래처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가 운전사와 함께 매몰돼 숨졌다. 삼성그룹에서는 박고문외에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대표이사 이윤우(49) 부사장의 부인 권영옥(45)씨가 숨지는등 임직원 및 가족 6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되는등 3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관세청장 출신인 삼성자동차 김경태(57) 고문과 부인(48)은 레포츠동의 헬스클럽으로 올라가다 사고를 당해 부상했다.

현대건설 주철응(58) 상무는 이날 하오 4시께 삼풍백화점에 간다며 외출한뒤 연락이 끊겨 사고현장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풍아파트에 사는 해태그룹 계열광고사 코래드의 권익표 부사장의 부인 강인숙(53)씨와 대우자동차 김태구 사장의 부인도 실종됐다. 두진건설 이성호 이사와 일양화학 구자일 회장(구자경 LG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의 부인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삼풍백화점에 인접한 「법조타운」의 판·검사와 변호사등 법조인 및 가족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 김상헌 판사는 사고 10분전 어머니가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쳤다』고 전화한뒤 소식이 끊겨 애를 태우고 있다.

초임검사인 서울지검 형사6부 윤연수 검사는 부인과 세살된 아들, 한살된 딸 및 처제등 일가족 4명이 한꺼번에 실종돼 비통해하고 있다. 사고대책본부는 윤검사의 가족들이 타고간 승용차가 삼풍백화점 옥외주차장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이들이 쇼핑을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에 사는 정광진 변호사는 4명의 딸중 막내딸을 제외한 윤민(29·맹인학교교사), 유정(28), 윤경(25)씨등 3명이 삼풍백화점에 쇼핑하러 갔다가 사고로 모두 사망해 넋을 잃고 있다. 시각장애자인 큰딸 윤민씨는 맹인교사가 되기 위해 유학생활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재학·박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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