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만 말라” 목숨걸고 전진/자원시민·구조대원 앞다퉈 현장에/칠흑속 랜턴불에 의지 잔해더미 헤쳐/“재붕괴” 경고에도 “작업중단은 안된다”끝없이 계속되는 처절한 드라마였다.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건지려는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사투는 이틀째 눈물겹게 이어졌다.
붕괴 참사가 일어난지 만 하루가 지난 30일 저녁부터는 하늘에서 무심한 비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구조작업은 그때부터 더욱 활기를 띠었다.
30일 하오 5시30분께 B동 지하 2층에서 2명의 생존자가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6명의 사체가 함께 있음이 확인됐다. 하루밤을 꼬박 새고도 또다시 하루종일 구조작업에 나선 구조대원들의 핏발선 눈초리에서 생기가 넘쳤다.
곧이어 B동 지하4층에 남자 1명이 생존해있다는 구조대의 보고가 들어왔고 역시 B동 지하1층에도 상당수의 생존자가 있음이 확인됐다.
『말 들려요? 말 들리면 대답해봐요. 거기 몇명이나 있어요?』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옥문보다 더 육중하게 생존자와 구조대를 가로막고 있는 두꺼운 철근 콘크리트 안에서는 대답 대신 「똑 똑 똑」 두드림이 여섯번 들렸다.
『살아있다. 여섯 명이래. 여기 생존자가 있어』
구조대원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절단기와 산소용접기, 해머, 쇠톱까지 동원해 꺼져가던 귀한 목숨을 구해냈다. 하오 8시께에는 11시간에 걸친 구조작업끝에 B동 지하 2층에 있던 남자 생존자 1명이 구조됐다. 붕괴사고가 난지 26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생존자를 둘러싼 구조대원들은 흘러내리는 땀 방울을 훔쳐내며 오랜만에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우박처럼 떨어지는 시멘트 덩어리, 매캐한 연기와 시야를 가리는 분진, 시뻘겋게 치솟아오르는 불길 속에서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은 그렇게 눈물겹게 생존자들을 구해내고 사체를 발굴해냈다. 30일 하루동안에만 40여명의 생존자를 구출해내고 20여구의 사체를 발굴했다. 본격적인 생존자 구조작업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지하1층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과 부딪쳐야 했다. 랜턴 불빛 사이로 드러난 지하 1층 천장 아래에는 20대여성의 시체가 머리를 아래로 내린 채 늘어져 있었다. 바로 옆 가구 매장 엘리베이터 사이에도 30대 남자의 얼굴이 벽사이에 끼인 채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숨져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삽과 곡괭이로 무너진 벽채을 헤쳐 지하 2층을 향해 나아갔지만 1 나아가는데 무려 2시간 이상이 걸렸다. 하오10시가 넘어 절단기가 도착했다. 특전사요원들도 도착했다. 덕분에 구조작업의 속도가 훨씬 빨라져 생존자들에게 물을 밀어 넣어줄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구조대원들은 계속 『당황하지 말라. 우리가 곧 들어간다』면서 생존자들의 힘을 돋웠다. 구조작업보다 생존자에게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게 더 중요했다.
하오 10시30분께 B동이 무너질 것 같다는 대책본부의 경고가 나왔다. 구조대원들은 그러나 바로 눈앞에 있는 생존자들을 두고 자신만 피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의 생명도 곧 꺼져 버릴것이기에 대원들은 무전기에다 대고 외쳤다. 『작업을 계속하겠다』
불꽃이 얼굴에 튀어 오르는 철근 절단작업속에서도 대원들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어 콘크리트 벽채 사이에 끼인 한 구의 여자 시체를 발견했다. 대원들은 그러나 슬퍼할 틈도 없었다.
결국 새벽 3시20분께가 되어서야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있는 5명의 생존자를 구조해낼 수 있었다. 작업시작 9시간만이었다. 불과 4떨어진 거리에 있던 그들을 구해내는데 그리도 긴 시간과 땀방울이 필요했던 것이다. 땀과 시멘트가루로 뒤범벅이 된 대원들 뒤로 들것에 실린 20대 여성이 안도의 눈빛으로 구조대원을 바라보았다.<특별 취재반>특별>
◎「생존자 탐지장치」 신통력 “만점”/미서 긴급공수… 생존6명 정확포착/러시아선 항공이동구조팀 파견 제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등 각국 정부들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불 “특수견 보내겠다”
서울시재해대책본부에 의하면 러시아공화국은 30일 최첨단장비를 보유한 항공이동신속구조팀을 파견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제의해왔으며 프랑스도 인명구조용으로 훈련된 세계 최우수 특수견 2마리를 보내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독자적인 사태수습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 이를 사양했다고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계 소방대장 활약
각국의 지원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주한미군의 활동이다. 주한미군은 사고발생일인 29일부터 대형절단기등 중장비 4대와 소방차 6대 및 소방대원 40명을 현장에 투입, 건물잔해 제거작업과 구조활동을 도왔다. 이날 활약한 소방대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누구 못지않게 맹활약, 동포애를 발휘했다.
주한미군은 30일 하오 3시께 삼풍백화점앞 사법연수원 정문앞에 통제본부를 설치하고 하와이에서 첨단 「생존자탐지장치」(STOLS)를 긴급공수해왔다. 이어 하오 7시께 생존자수색작전을 개시,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추정됐던 중앙현관 지하1층에서 콘크리트더미에 깔린 생존자 6명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30m밖 호흡까지 감지
작전책임자 듀디중령은 『오클라호마참사때 한국인들이 보여준 온정에 감사한다』며 『큰 재난은 국적을 초월해 돕는 것이 군인들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이 장비는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폭발현장에서 구조대가 휴대했던 장비로 보통 20∼30거리에서 숨쉬는 것까지도 포착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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