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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작전에도 허점/재난 구조체계까지 엉망진창(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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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작전에도 허점/재난 구조체계까지 엉망진창(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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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지휘부 없어 계획따로 활동따로/지침없이 우왕좌왕 시간허비/전문가 의견 안듣고 주먹구구/“대책 곧 마련” 정부 공염불 언제까지정부가 대형 사고때마다 공언했던 재난통합지휘체제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참사에서도 역시 가동되지 못했다. 이번 사고에도 여러 구조기관에서 신속히 참여, 열심히 활동을 벌였으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구조와는 거리가 멀었다.

29일 사고 첫날 하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세부지침을 받지 못해 손을 놓고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고 백화점 A동 붕괴현장에서 배출되는 유독가스 제거방법을 두고 구조대원간에 이견이 노출됐지만 중재해 줄 지휘부가 없었다.

혼란상은 이틀째인 30일에도 계속됐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구조인력은 거의 투입됐지만 통합지휘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재난관리 시스템은 크게 3원화 돼 있다. 자연재난은 내무부와 건설교통부, 화재 교통사고 붕괴 폭발 방사능사고등 인위재난은 경찰 소방서등 소관부처별로 관리책임이나 권한이 분산돼 있다.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사고는 군과 민방위본부가 구난책임을 맡는다.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재해대책반이 가동된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는 총리실 내무부 서울시 군 소방서 경찰 민간 단체에서 파견된 인력이 제각각 구조작업을 폈다. 그러나 분초를 다투는 화급한 상황에서 인력과 장비의 통합운영없이 효율적인 구조작업은 기대할 수 없다.

사고현장에는 종합상황실도 설치되지 않았다. 각 부처관계자가 따로 대책을 수립하고 구조작업을 벌였다. 유해가스가 30일 새벽까지 하늘을 뒤덮고 구조작업이 지지부진하자 최병렬 서울시장은 30일 새벽 1시20분께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으나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도 않았다.

건물붕괴에다 화재 유해가스 발생등 복잡한 사고현장에서 전문가 또는 실무자의 의견이 신속하게 반영되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안전전문가라고 밝힌 한 시민은 지하주차장을 통한 지하 1층 생존자 구조, 유해가스 제거, 옥상에서 무너져 내린 풀탑(냉각수탑) 처리 등 3단계로 진행된 구조작업의 세부방법을 건의하기 위해 내무부, 서울시, 소방본부관계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고 털어놨다.

건물붕괴를 우려해 구조작업이 한동안 중단됐을 때 일부에서는 『건물이 금방 붕괴되지는 않는다』며 구조작업을 독려했으나 이 의견 역시 검토할 주체가 없어 채택되지 못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등 대형 사고 때마다 정부는 통합재난관리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사고에서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이현주 기자>

◎남은 건물 붕괴우려 구조 지연/지하서 화재도… 한때 작업중단

막대한 인원과 장비가 투입됐는데도 구조작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층층이 쌓여 있는 철골구조와 콘크리트더미, 합동구조반의 현장상황 파악 미흡, 원시적 구조방법과 장비부족 때문이다.

쇼핑객과 백화점 직원들이 매몰돼 있는 무너진 A동 지하는 콘크리트조각과 철근등 건물잔해와 자동차·집기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건축폐자재 쓰레기장과 같은 모습이다. 가로, 세로 각각 80여의 붕괴현장에 겹겹이 쌓인 잔해를 일일이 잘라내거나 구멍을 뚫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구조팀의 현장 접근이 지연되고 있다.

크레인작업이나 절단작업도중 건물잔해가 무너져 생존자들이 위험해 질 수도 있고, 남아 있는 B동도 붕괴위험이 있어 과감한 철거작업도 어렵다. 30일 상오 7시30분께는 B동 북쪽부분의 철제빔이 심하게 휘어지고 건물이 흔들려 구조대원들은 대피하고 30여분간 작업이 중단됐다.

장비도 부족하다. 유압프레스와 동력절단기등 첨단 장비가 부족해 손전등과 수동식 절단기, 심지어 톱까지 동원됐다.

그러나 구조작업을 지연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합동구조반의 현장파악능력 부족이다. 사고당일 구조반은 매몰현장에서 불이 나자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면 될 것으로 판단, 하오 8시까지 물을 뿌렸다. 그러나 소방호스만으로는 지하주차장에 깔려 있는 수백대의 차량에서 새나온 휘발유와 가연성 물질등 콘크리트더미 아래의 불씨는 끄지 못했다.

이로 인해 30일 상오 1시께 불길이 다시 번져 구조작업이 1시간이상 지연되는등 여러차례 작업이 중단됐고 구조대를 투입했다 철수시키는 상황이 반복됐다. 무너진 건물더미의 추가붕괴에 대한 예측이나 매몰된 생존자의 위치파악도 주먹구구식이어서 작업이 수시로 중단되고 있다.<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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