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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탓·내탓(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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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탓·내탓(장명수 칼럼)

입력
199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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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형참사가 터져 사상자가 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폭격을 당한 듯 참혹한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들것에 실려 나오는 산 사람 죽은 사람들을 지켜보며 온 국민이 마음으로 울고 있다. 다리가 무너지고, 가스관이 터지고, 백화점이 주저앉아 사방에서 떼 죽음을 하는 나라, 부끄러워 세계에 얼굴을 들 수 없는 나라… 어쩌다 우리가 이런 나라를 만들었는가.일제 36년, 6·25 전쟁, 동족상잔과 파괴와 굶주림,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을 기록하며 땀흘려 이룬 한강의 기적, 이제 겨우 민주주의를 되찾아 사람답게 살려는데 이게 무슨 시련인가. 피와 땀, 눈물과 목숨을 바쳐 이룩한 나라가 이런 나라였던가.

한강의 기적이 만들어 낸 서울의 고급 아파트촌, 세계의 온갖 상품이 넘쳐 흐르던 백화점, 지은지 5년밖에 안되는 화려한 건물이 붕괴한 현장은 우리가 잇달아 겪는 이 재앙들이 무슨 벌이고 보복인지 자문하게 한다. 그렇다. 이 재앙들은 분명히 벌이고, 보복이다. 모래성을 쌓아 놓고 그것이 기적의 성이라고 자랑한 벌, 인간을 몰아내고 돈을 숭배한 벌, 목적만 정당하면 수단이 무슨 문제냐고 서로 부추긴 탈법·편법의 보복을 우리는 지금 받고 있다.

새정부 출범후 대형참사가 잇달아 터진다고 해서 정부 탓만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오늘 이 나라가 「사고 공화국」이 된 뿌리에는 우리 모두의 탈법문화, 황금숭배, 적당주의가 얽혀 있다. 이번 사고도 백화점 관계자들이 최소한의 양식을 갖고 있었다면 인명피해만이라도 막을 수 있었다. 백화점 건물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28일 밤부터 였고, 29일 하오 6시 붕괴순간까지 시시각각 균열이 진행됐으나, 그들은 장사를 계속했다. 하루 매상이 얼만데 영업을 쉬고 보수를 하겠느냐, 또 그렇게 휴업을 하면 백화점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우려가 그들에게는 고객의 생명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시민 황응환씨는 신문사로 전화를 걸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국민성에 깊게 자리잡은 적당주의를 추방하지 않고는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괴팍한 사람으로 몰리고, 적당히 넘어가는 사람들은 원만하다고 평가받아 출세가도를 달린다면 우리 사회는 계속 이렇게 갈것이다. 가장 큰 일은 가장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벽돌 한장 쌓는 일에서부터 깐깐하게 원리원칙을 지키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울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오늘,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터질지 두려운 오늘, 정부도 국민도 고성장 중독에서 벗어나 원리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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