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폭파해체되듯 3∼4초만에”/“쿵쿵” 굉음나자 “도망가라” 고함소리/천장무너지며 먼지폭풍에 “암흑천지”
참사목격자들은 있을수 없는 사고의 현장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이봉우(39·반도패션매장 점원)씨=상오 11시께 이상한 소리가 나 올라가보니 4·5층 천장과 벽이 갈라지면서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화점측은 낮 12시께 일부 경비원들도 동원, 4층 이상 진입을 통제했을뿐 영업을 계속했다. 사고당시 3층에 80여명의 고객이 있었으며 지하1층 슈퍼매장등 나머지 매장까지 합칠 경우 3백50명정도가 쇼핑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서정(식당가 음식점 직원)씨=상오 9시30분에 전주 비빔밥집인 「춘원」의 바닥이 갈라졌으며 이어 1시간 후인 상오 10시30분에 백화점 사장과 시설부 이사 등이 현장을 둘러본 뒤 『조치를 취해 주겠다』 『전문가가 와야 알겠다』는 말을 하고 갔다. 일단 춘원만 문을 닫았다. 상오 11시∼낮 12시 사이에 우동집 「현지」와 냉면집 「이전」의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고 바닥이 꺼져 백화점 직원들이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했으며 이들 식당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하오 1시에는 시설부이사가 박모 상무를 대동하고 다시 와서 바닥이 갈라진 비빔밥집 「춘원」의 바닥을 뜯어보더니 『철근이 없네』라는 말을 했다. 백화점측은 문제가 된 식당 이외의 식당들에 대해 『나머지 집들은 영업을 해도 좋다』고 했다. 하오 5시께 죽집 「송죽」에서 죽을 먹고 있는 데 갑자기 「쿵」 소리가 났다. 붕괴는 맨처음 바닥이 갈라졌던 비빔밥집 「춘원」부터 시작됐다. 송죽 주인과 함께 비상구를 통해 지하까지 대피했다. 1층까지 도착했을 때 붕괴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후폭풍이 불었으며 빠져나갈 출구가 보이지 않아 지하 3층까지 내려갔다. 지하 1층부터는 가스냄새가 났으며 붕괴로 인해 가스관이 파열된 것으로 생각했다. 지하 3층에서도 출구가 보이지 않아 다시 지하 1층으로 올라와 햇빛이 들어오는 조그만 구멍으로 기어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붕괴 당시 매장 가운데 있던 사람은 다 죽었을 것 같다. 그러나 양쪽 비상구는 무너지지 않았으므로 구조는 비상구부터 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박경규씨=마치 남산 외인아파트가 폭파공법에 의해 붕괴될 당시와 마찬가지로 5층건물이 엄청난 먼지를 내면서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먼지가 일어나면서 상공에서 「우르릉」하는 소리가 들려 급히 차를 후진시키자 5초 가량 후에 건물이 위층부터 차례로 붕괴됐다. 붕괴되면서 일어난 먼지는 5분여 동안 계속됐고 이어 사고현장 주변에 심한 가스 냄새가 나 숨을 쉬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사고당시 백화점 종업원들과 쇼핑객 등 최소한 5백명 이상이 백화점안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워낙 급작스런 사고여서 거의 대피를 하지 못했다. 백화점 내부에서 『살려달라』는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렸으며 사고가 난지 30여분 뒤부터 붕괴된 건물 틈벽 사이로 부상자들의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박명수(택시운전사)씨= 사고당시 삼풍아파트로 진입하려고 중앙차선에 대기해 있던 순간 「꽝」하는 소리가 들려 백화점 쪽을 바라보니 백화점 좌측 A동 건물이 순식간에 꼭대기부터 무너져 내렸다. 건물 잔해물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차를 급히 뺐으나 붕괴당시 잔해물 분진이 휘날려 앞이 안보일 정도였다. 일부 백화점 고객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건물 밖으로 뛰쳐 나오고 있었고 승용차가 뒤집혀 있는 등 아비규환이었다.
▲황애경(21·여·아르바이트생)씨=1층에서 근무도중 갑자기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먼지를 동반한 강한 회오리성 폭풍이 몰아쳤다. 이날 근무도중 낮부터 에어컨이 작동이 되지 않았고 내일까지 수리할 예정이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하오 2시께 5층 일식점에 있다가 갑자기 정전이 되더니 직원들이 『수리해야한다』며 출입구를 테이프로 봉하고 출입을 금지시켰고 이후 5층 전체를 출입금지 시켰다. 사고당시 1층매장에서 근무하는데 직원과 손님들이 『사람살려』 『4층이 무너진다』고 외치며 우르르 뛰어나가기에 덩달아 뛰어나가는 순간 뒤에서부터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강한 바람과 함께 온통 암흑이 되면서 정신을 잃었다. 하오 5시30분부터 여직원들의 간식시간이므로 많은 여직원들이 지하 3층 휴게실에 머물러 있었다. 상당수의 여직원들이 매몰됐다.
▲한기찬(34·삼풍백화점 시계영업부 부장)씨=하오 4시께 4층매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 5층 천정부근에서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가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이때 불현듯 이상한 예감에 백화점 가정용품 과장과 상의, 손님들을 대피시키고 일단 매장에 있는 물건을 치웠다. 하오 5시45분께 직원들과 매장에 있던 시계류를 금고에 집어넣고 있던중 갑자기 또 한차례 천둥소리 같은 「꽝」하는 굉음이 울리면서 4층 기둥부위와 천장부분이 순식간에 내려앉고 바닥이 크게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매장 칸막이 유리창들이 차례로 깨지기 시작했다. 유리창도 부서지면서 눈발같이 떨어졌다. 당시 4층에는 물건을 정리중이던 1백50여명의 백화점 매장직원(대부분이 여성직원)과 거래처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4층 비상구를 향해 대피하기 시작했다. 위에서 지붕이 내려앉고 뒤편에는 바닥이 밑으로 꺼져 악몽과도 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당시 사우나에는 여성 손님들이 상당수 있었다.
▲박계성(33·삼풍백화점 무역과 직원)씨=사고직전 4층매장에 올라갔는데 「꽝」 「꽝」 「꽝」소리가 세번 난후 3∼4초후에 폭삭 가라앉았다. 불길은 없었다.
▲김영현(25·여·대학생)=어머니와 함께 옷을 사러 나왔는데 백화점 4층 아트홀을 지나다 갑자기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자 직원들이 『도망가라』고 소리쳤다. 깜짝 놀라 뛰어나가던중 바닥이 가라앉고 천장이 무너지며 집채만한 돌더미들이 덮쳤으며 어머니와 헤어져 지금까지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제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건물기둥 하나가 쓰러지면서 벽에 걸쳐져 15분정도 굴속같은 공간에 갇혀있다 직원들에게 구출됐다. 사고당시 4층에 있던 쇼핑객과 여직원등 수십여명이 바닥에 깔렸으며 지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돌더미에 깔린채 신음하고 있었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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