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어디있겠는가. 생지옥이 따로 있겠는가. 어찌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수 있단 말인가. 지상5층 지하4층에 연면적 2만2천3백여평의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건물 백화점부 8천여평이 순식간에 붕괴하는 최악의 대참사가 발생했다.사고순간을 목격한 사람들은 백화점 건물이 5층부터 무너지기 시작,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1∼4층 건물이 한쪽 외벽 일부만 남은채 순식간에 차례로 내려앉으면서 먹구름 같은 먼지와 함께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아수라장이 돼버렸다며 전율했다.
무너진 5층 건물 잔해의 대부분은 지하층을 덮쳐 가라앉았고 남은 잔해는 폭격을 당한 것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건물의 골조인 철골과 가스관 수도관 등이 마구 휘어 툭툭 삐져나와 있었으며 그 틈사이로 부상당한 생존자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도시가스까지 새어나와 상황은 최악의 상태였다. 무너진 건물 잔해속에서 피를 흘리며 기어나오는 부상자도 많았다. 생지옥을 방불케하는 참혹한 현장이었다.
왜 이러한 대참변이 또 일어 났는가. 정확한 붕괴원인이야 조사후에 밝혀지겠지만 붕괴 전날부터 백화점 5층건물에 금이 간 것이 나타났고 사고당일 하오부터는 건물균열현상이 지하층에까지 나타났으며 붕괴 직전에는 백화점 건물 여러곳에서 건물이 뒤틀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까지 들렸다는 점등으로 미뤄볼때 백화점 건물이 아예 부실공사로 건축돼 건물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
87년 착공, 90년에 완공했다는 지상 5층밖에 안되는 백화점 건물이 완공개장한지 5년도 채 안돼 스스로 붕괴할 정도라면 공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시공된 것인가를 가름하기 어렵지 않다. 백화점이 아무렇게나 지어졌다니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다중이 이용하는 백화점 건물을, 그것도 자기회사 백화점을 이같이 부실시공한 삼풍건설의 잘못은 더이상 따질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부실건물을 준공검사를 해줘 버젓이 백화점을 하도록 한 관할 행정관청은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아무리 부실이기로서니 이런 터무니없는 부실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개장한 백화점이, 그것도 많은 고객이 찾아와 쇼핑을 하는 대낮 한순간에 붕괴하는 전례없는 대참변은 결국 건축업자의 부실공사와 그것을 눈감아준 행정관청이 어우러져 빚어낸 천인공노할 인재라고 밖에는 달리 볼 수가 없다.
돈벌기에 눈이 먼 백화점측의 잘못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백화점건물에 균열이 발견돼 안전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겼다면 백화점을 폐장, 고객을 받지않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설마하면서 쉬쉬했고 심지어는 5층 귀금속부의 귀금속만을 옮기면서도 나머지층 객장에 고객을 그대로 받아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악덕상혼을 생각하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서울시에 의하면 삼풍백화점은 최근 평슬래브지붕이 기울어져 보수를 하려했다는 것이다. 5층 건물의 평슬래브지붕이 기울정도였다면 이 건물은 지반부터가 잘못다져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도 좋은 아파트로 명성을 날리는 삼풍아파트를 건설한 종합건설회사인 삼풍건설이 단순히 지붕만이 기운 것으로 가볍게 봤다니 말이 안된다. 지붕이 기울기 시작했을때 백화점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철저히 하고 객장을 폐쇄, 보수공사를 했다면 참변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성수대교붕괴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교량은 물론 고층아파트·백화점 등 다중이 이용하는 건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명령했었다. 대상건축물들은 그에 따른 것으로 돼있다. 8개월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대참변을 빚은 삼풍백화점같은 부실건축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는 것은 정부의 영이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서울시의 외눈박이 안전시책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교량이 무너졌다고 해서 다리의 안전보수공사에만 치중했을뿐 민간의 소유인 고층아파트와 대형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보강공사를 민간에 맡겨 놓은채 그 결과를 따지지 않은 부실행정에 대한 책임도 이번 참변을 계기로 추궁돼야 한다.
우리가 선진사회로 진입하려면 GNP 1만달러를 넘어서는 국민소득의 증대만으로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진사회가 되자면 우선 안전의식이 달라져 원시적인 사고나 되풀이되는 인재에 의한 사고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원시적인 사고와 인재로 한순간에 수십, 수백명이 생명을 잃고 똑같은 원인의 참사가 되풀이되는 한 2만달러를 넘어서도 선진국이 됐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와 일선 행정당국은 참변이 발생할 때마다 입으로만 안전대책을 되풀이하는 부실행정부터 추방,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행정풍토를 하루속히 이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삼풍백화점 참변과 같은 인재를 발본색원할 수 없을 것이다.
제발 국민을 인재적 참변으로부터 보호하는 정부가 되는 마지막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거듭되는 참변에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더이상 누를 길이 없다. 삼풍백화점 희생자들에게 머리를 숙일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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