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충청의원 생존걱정… 중진입지 축소/수습책임 이김라인 행보·가동기한 관심민자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햄릿의 고민」에 빠져있다. 6·27 지방선거의 참담한 결과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TK(대구·경북), 충청권 의원들은 자기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무소속, 자민련의 돌풍을 목격한뒤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내년 총선에서 민자당 간판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지금 기류가 계속된다면 아무것도 기대할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의원들의 걱정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한 동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충청권의원들에게는 곧 자민련의 손길이 뻗칠 것이고 TK의원들에게는 주변으로부터 독자세력화의 「유혹」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민자당의원들은 원심력의 최극단에 서있는 셈이다. 여권의 장악력이 강할 때는 내부적인 이완, 불안감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쳤다. 그러나 지금 의원들은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염두에 두고 「생존」만을 생각하고 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의원들의 한복판에는 최형우 김윤환 이한동 의원등 중진들도 자리잡고 있다. 민자당의 추락은 중진들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들은 일단 「도매금」으로 평가절하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당내에 『선거배패의 후유증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당의 실세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될 경우, 이들은 역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회의 측면이 부각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김영삼 대통령이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시종 견지해 왔고 선거결과에 따른 당직개편도 전혀 생각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를 상정할 경우 김윤환 정무장관의 거취에 일차적인 관심이 쏠린다. 김장관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자민련과 무소속후보들이 대거 약진하는 바람에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일부 주변의원들이 『마냥 남아 있다가는 추풍낙엽 신세가 될 것』이라며 은근히 김장관을 충동질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한동 국회부의장도 임사빈 전의원의 탈당과 출마, 자신의 지역구인 포천에서의 패배등으로 기가 한풀 꺾여있다. 또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인제 경기지사가 경기지역에서 발언권을 높일 가능성도 있어 이래저래 이부의장의 보폭은 축소될 전망이다.
최형우 의원은 집권세력의 장형으로 일단 자신의 몫은 다한 것으로 보이지만 김종필씨 탈당파문의 역효과가 재차 부각됐고 자신의 입지만을 고려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단 소리나지 않는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내 동요를 추스를 책임은 이춘구 대표―김덕룡 총장 라인에 얹힐 수밖에 없다. 이대표등은 당초 당직자의 일괄사퇴를 고려했으나 그 경우 지방선거의 정치성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우선 「수습」에 매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대표―김총장의 라인이 당을 휘감고 있는 패배의식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또 언제까지 가동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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