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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되나” 전국이 뜬눈 밤샘(6·27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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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되나” 전국이 뜬눈 밤샘(6·27 이모저모)

입력
1995.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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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표」 나올 때마다 관리요령 대조 확인/핸드폰 등 장비동원 득표상황 수시 보고/손도장 기표 무효처리에 참관인 “아쉬움”6·27지방선거의 투표함이 27일 하오 7시를 전후해 열리면서 유권자들은 TV 앞에 앉아 환호와 탄식을 터뜨리며 개표추이를 지켜 보았다. 특히 서울의 유권자들은 「빅3」가 벌이는 박빙의 혼전을 지켜보느라 28일 새벽까지 아파트단지마다 불이 꺼지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 이날 하오 6시정각 투표가 종료된 직후 투표함들이 개표장으로 옮겨지면서 경찰 소방서 한전등 경비·지원요원들도 비상근무체제로 전환, 34년만의 민선단체장 탄생현장을 지켰다. 이날 일부 개표소에서 잘못 기표된 투표지가 발견돼 무효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별다른 불상사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서울시내 3천1백86개 투표소에서 봉인이 된 1만2천7백44개 투표함은 삼엄한 경비속에 속속 개표에 들어갔다. 투표함들은 각 선관위별로 서울시장·구청장과 시·구의원으로 나뉘어 제1·2개표소로 분산, 집결됐다.

개표는 서울시 공무원과 국민학교 및 중학교교사등 2만6천여명의 개표요원들에 의해 철야로 진행됐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고교 체육관에 마련된 강남갑 제1개표소에서는 하오 7시께부터 부재자 투표지 3천8백58개에 대한 개표가 마무리된데 이어 하오 9시15분께부터는 1백45개 일반함에 대한 개표에 돌입했다.

교사 구청직원 법원공무원 은행직원등 모두 1백70여명의 개표원은 차분하게 개표에 임했으나 각 당 참관인들은 자주 자리를 비워 예년선거때보다 다소 느슨한 분위기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 최대의 관심사인 광역 자치단체장에 대한 예상 득표율이 TV를 통해 미리 보도돼 다소 맥이 풀렸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TV의 예상득표율과 실제 득표율 사이의 오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오 7시부터 종로선관위 제1개표소가 설치된 경복고 체육관에서는 하오 7시10분께 부재자투표함 3개를 개함하면서 개표작업이 시작됐다.

3천2백30명의 부재자투표중 「문제표」가 발견될때마다 개표관계자들은 일일이 「개표관리요령집」을 뒤져가며 확인작업을 벌였다.

○…서울 강남을 선관위 제1개표장이 마련된 삼성동 경기고 체육관에서는 개표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은 이날 하오 7시30분부터 부재자 투표함을 개봉, 하오 8시40분부터 첫 개표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개표가 시작되면서 상당수의 부재자 투표용 봉투와 내용물들이 규정에 맞지 않아 무효표로 처리되는등 유효표 여부를 가리기 위한 확인작업으로 5천여장의 부재자 투표개표작업은 하오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특히 특정지역 부재자 기표소에서 사용된 붓두껍 표기가 규정과 달라 한동안 말썽을 빚었고 선관위가 이를 유효표로 확인할 때까지 잠시 기표가 지연되기도 했다.

○…서울 중구 제1개표소가 마련된 중구 을지로6가 중구구민회관 대강당에서 개표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측 참관인들은 모방송국이 실시한 투표자 조사결과를 모른채 개표장에 입장해 있다가 조순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나타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환호했다.

조순 박찬종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난 정원식 후보측 참관인들은 여론조사기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낙담하는 모습이었다.

○…중구선관위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의사 1명·간호사 2명·응급차 1대와 비상약등을 준비했다. 한 간호사는 『비록 비개표 종사요원이긴 하지만 지난번 대통령선거때 개표종사원들이 갑자기 두통을 일으켜 개표업무에 차질을 빚은 전례가 있어 개표업무에 일조한다는 심정으로 즐겁게 밤을 새울 작정』이라고 말했다.

○…개표가 진행중인 서울 영등포구갑 제1개표소가 있는 신길동 영등포여고 체육관 내부에는 개표사무원과 참관인 등 2백여명의 체열에다 임시로 가설된 1백여개 백열전구의 열기까지 더해 바깥의 선선한 날씨와는 달리 찜통더위로 고통을 겪었다.

미리 더위를 예상한 일부 개표사무원들은 아예 간편복 차림에 슬리퍼까지 준비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더위를 견디지 못해 바지를 걷어 올린채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한성과학고 체육관에 마련된 서대문갑 개표소에는 시장 및 구청장 후보 참관인들이 핸드폰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개표 및 득표현황등을 수시로 각자의 캠프로 보고했다.

또 이날 하오 9시30분께 부재자 투표함을 선두로 본격적인 개표가 시작되자 개표소 옆에 별도로 마련된 관람석에도 일부 관람객들이 핸드폰을 이용, 개표 상황을 선거본부에 알려주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부 관람객은 개표소에 슬쩍 들어와 있다가 적발돼 관람석으로 쫓겨나기도 했으며 쌍안경까지 동원해 개표상황을 일일이 점검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서대문구 현저동 한성과학고 체육관에 설치된 서대문갑 제1개표소에는 본격적인 개표가 시작된 후 본인도장 또는 손도장으로 기표한 투표지가 상당수 발견돼 선관위가 이를 모두 무효표로 처리하자 각 정당 참관인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관위는 『거수투표라고 도장이 찍힌 부재자 투표지를 제외하곤 지정기표지를 사용치 않은 표는 모두 무효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개표요원들은 『조그만 신경을 썼으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도 있었을 텐데 사소한 실수로 무효표를 만든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 사당국교 체육관에 마련된 관악갑 선거관리위원회 제1투표소의 개표업무 사무원 김모(33·은행원)씨는 『각 후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지 못한 부재자의 투표용지를 개표해보니 「1―1―1―1」「2―2―2―2」등 난수표식으로 낙점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며 『심지어 서울시장만 투표하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아예 투표하지 않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고 이번 선거의 허점을 지적했다.<이현주·박진용 기자>

◎“누굴 찍었는지 모르겠어요”/첫 동시선거 유권자 혼란 “어려운 시험”/절차 등 홍보부족 운용 문제점 드러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찍었어요』

27일의 지방선거에서는 4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짐에 따라 상당수 유권자들이 인물선택에 큰 혼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미리 후보자들의 번호를 외워찍는 「난수표선거」「비밀번호선거」라는 별명을 얻었는가 하면 『붓두껍 가는대로 찍고 난 뒤에도 누구를 선택했는지 기억하지도 못하는 선거』라는 냉소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서울 재동국교에 설치된 종로구 가회동 제1투표소를 찾은 정모(75)할머니는 『서울시장은 주위의 권유로 찍었지만 나머지는 아무곳에나 찍었다』며 『지난 대통령선거때는 한사람을 뽑으니까 알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4명이나 뽑으니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첫 투표권을 행사한 대학생 김모(21·서울 성동구)군은 『시의원 구의원은 잘 몰라 마음내키는대로 골랐다』며 『선거이슈 자체도 중앙정치문제에만 치우친데다, 실제 선거방법·절차에 대한 홍보는 절대부족인 것 같다』고 이번 선거풍토를 비난했다.

선거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광역단체장을 제외하고 다른 후보자들의 경우는 이름조차 모르는 유권자들이 절반 가까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직전 가족이 모여앉아 선거공보를 죽 늘어놓고 후보자들의 약력을 간단히 독해하고는 인상으로 누굴 찍을지 결정하는 모습도 이번 선거의 새 풍속도였다. 이 때문에 당선자들중엔 우연의 덕으로, 얼떨결에 덤으로 당선된 인물도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러나 국민들의 무관심과 선거절차 홍보부족등이 두드러진 선거였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로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내무부의 한 선거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한꺼번에 7∼8개 선거를 실시하는 곳도 많다』면서 『주민자치는 선거훈련에서 성숙한다』고 말하기도 했다.<하종오 기자>

◎여만철씨 등 귀순자들 첫 주권행사/“투표다운 투표 민주주의 실감”

『남한의 선거는 복잡하고 귀찮은 측면도 있지만 이것이 민주주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7일 귀순이후 첫 투표권을 행사한 귀순자들은 한결같이 민주주의 방식의 투표에 신기해 하면서도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4월 북한 안전부 운전원으로 일하다 일가족을 데리고 귀순한 여만철(48·방지거병원 근무)씨는 27일 상오 7시께 서울 구로구 수궁동사무소에 부인 이옥금(45)씨, 딸 금주(21·중앙대 유아교육1)양과 함께 나와 대한민국 국민으로선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 『투표다운 투표를 처음 해본다』는 여씨 가족은 기표함도 제대로 못찾는 다른 유권자와 달리 능숙하게 투표를 마쳐 주위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금주양은 『지난주 주민등록증을 분실했다』며 학생증을 제시했으나 거부당하자 잠시 울먹이기도 했으나 참관인 5명이 『신분이 확실하니 투표를 허락하자』고 합의해 간신히 투표할수 있었다.

92년 12월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 귀순한 강봉학(35·경희호텔전문대2)씨도 상오 10시20분께 관악구 신림13동 동사무소 2층 회의실에 마련된 제3투표소에 나와 귀순후 첫 투표를 했다. 강씨는 『북한에서도 최고인민회의 위원등 3차례에 걸쳐 투표를 해본 경험이 있지만 모두 한명의 후보에 대해 찬반여부만을 묻는 투표였다』며 『민주주의 방식에 의해 첫 투표를 하는데다 내고장을 위해 일할 일꾼들을 내손으로 직접 뽑는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에는 이들외에도 92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 탈출한 안혁(27·한양대 경영3)씨와 강철환(27·한양대 무역3)씨, 지난해 2월 귀순한 북한 인민회의 대의원 출신 정기해(53)씨등이 첫 주권을 행사했다.<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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